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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7000원 맛집을 찾아서…북서(애월·한림)편

입력
2018.04.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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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읍 구이사이 식당의 7,000원 정식
애월읍 구이사이 식당의 7,000원 정식

제주에서 한참 집 보러 다닐 때 식비가 두려웠다. 까딱하면 한 끼에 1만2,000원이다. 당시 서울 사람 눈에는 7,000원만 받아도 될 것 같았다. 제주도민이 된 뒤 이런 생각이 쑥 들어갔다. 육지에서 건너와야 할 물품, 인건비, 집세와 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살고 있기에, 1만원을 훌쩍 넘는 밥값은 늘 부담스럽다. 밥하기 싫어도 우리 집 부엌을 지켜야만 하는 삶이 슬펐다. 결심했다. 매의 눈으로 ‘7,000원 맛집’을 수집하겠노라. 싸지만 가성비와 가심비가 적절히 배합된 곳이어야 한다. 피자를 4조각으로 가르듯 제주도를 동서남북으로 나눴다. 가급적 여행자의 사정거리 밖인 제주시내는 배제했다. 먼저 북서쪽(애월ㆍ한림) 식당부터 소개한다.

제주에서 맛집을 찾아갈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해당 식당으로 출발하기 전 미리 전화해본다. 영업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 닫고 여가를 즐기는 제주도민이다. 또 하나, 의외로 수요일에 문 닫는 식당이 많다. 요일에 상관없이 여행객이 넘쳐나는 제주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변명을 덧붙이자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건물 수만큼 껑충 뛰는 게 제주도 밥값이다. 소개하는 식당 중에서도 500원, 1,000원씩 가격을 올리려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림읍 한림칼국수

보말칼국수ㆍ영양보말죽ㆍ매생이보말전 7,000원 / 공기밥 무료, 제주시 한림읍 한림해안로 141 / 070-8900-3339

바삭바삭하면서도 쫀득쫀득한 전을 새콤한 소스에 살짝. 반찬은 부끄러울 정도로 리필해도 된다.
바삭바삭하면서도 쫀득쫀득한 전을 새콤한 소스에 살짝. 반찬은 부끄러울 정도로 리필해도 된다.
김 가루를 살짝 올린 칼국수 등장. “바다를 들이키고 있어!” 실제 감상이다.
김 가루를 살짝 올린 칼국수 등장. “바다를 들이키고 있어!” 실제 감상이다.
남성의 스태미나에 좋다는 보말. 찌푸린 날씨에도 좋다.
남성의 스태미나에 좋다는 보말. 찌푸린 날씨에도 좋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쫄깃한 보말(‘고동’의 제주 방언)이 씹는 맛을 더한다. 매생이가 붙은 쫄깃한 면발은 후루룩후루룩 입안에 감긴다. ‘비워내기’의 철학이 담긴 말끔한 음식이랄까.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남은 국물은 셀프로 밥을 말아 싹싹 비워낸다. 2명 이상 간다면, 매생이보말전 하나를 시키면 좋겠다. 특제 간장 소스에 바삭바삭한 전 한 입, 여긴 천국인가. 갈 데 없어 툴툴거리기 쉬운 비 오는 날, 특히 좋다.

▦한림읍 백부장집

한식 뷔페 6,900원 / 제주시 한림읍 한림중앙로 64 / 064-796-6996

너무 늦은 점심은 이곳에서 힘들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지나치기 어려운 큼지막한 입간판.
너무 늦은 점심은 이곳에서 힘들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지나치기 어려운 큼지막한 입간판.
프랑스 미식가 탕탕의 별점을 얻어 은근 단골집 되겠다.
프랑스 미식가 탕탕의 별점을 얻어 은근 단골집 되겠다.
정체 모를 한식과 서양식 혼용의 예.
정체 모를 한식과 서양식 혼용의 예.

별 기대 없이 가격만 보고 들어갔다. 선불제다. 뭘 먹을까? 다 먹어야겠다! 백부장집은 늘 손해 보는 듯한 뷔페에 새로운 역사(!)를 쓴다. 골고루 손이 간다. 고기와 생선 등 메인 메뉴와 샐러드 커피 쿠키 등 디저트까지, 조합에 따라 한국식도 서양식도 가능하다. 계란 프라이도 셀프로 몇 개씩 부쳐 먹을 수 있다. 특히 비빔밥이나 샐러드로 즐기는 야채류는 갓 따온 듯한 신선함으로 무장했다. 매출의 일정액을 기부도 하는 까닭에 먹으면서 착한 사람이 된 기분까지, 여러모로 든든하다.

▦애월읍 구이사이

정식 7,000원 / 제주시 애월읍 신엄9길 2 / 064-799-9242

식성이 달라도 대체로 만족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한 상. 맛있게 드십써.
식성이 달라도 대체로 만족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한 상. 맛있게 드십써.
구이사이 식당 외관
구이사이 식당 외관

이 집에 갈 때마다 남 걱정을 한다. 이래도 될까. 생선과 제육볶음이 주 요리로 나오는 건 그렇다 치자. 이미 국물도 줬건만, 뚝배기에 지글지글 해물 된장찌개가 별도로 나온다. 이 맛이 기막히다. 오뎅볶음이나 계란말이 등 실한 반찬도 5~6가지 나온다. ‘반찬발’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더 달라고 주문한 적이 없을 만큼 넉넉한 한 상이다. 오후 2시30분에서 4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둘째ㆍ넷째 주일 휴무이나 이왕이면 미리 확인하는 게 현명하다. 몸이 허해져서 어제도 갔다. 아, 밥은 진짜 보양식이구나.

▦애월읍 바당에올레해장국

뼈 해장국 7,000원 / 제주시 애월로9길 36-11 / 064-799-8545

컬러풀한 간판처럼 메뉴가 다양하다.
컬러풀한 간판처럼 메뉴가 다양하다.
여럿이 동행한다면 굴 파전(1만원)도 강력 추천한다. 굴 옆에 굴이 있다.
여럿이 동행한다면 굴 파전(1만원)도 강력 추천한다. 굴 옆에 굴이 있다.

간단히 요기하겠다고 들어간 집이다. 찌개류와 해장국 등 총체적인 메뉴를 보는 순간 믿음이 떨어졌다.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란다. 제주 와서 등한시한(!) 뼈 해장국을 시켜봤다. 그런데 이것은! 두 번 놀랐다. 끝없이 숟가락질을 부르는 맑은 국물 맛에 한 번, 뼈에 젓가락을 대자마자 살살 발려 나오는 살에 한 번 더! 국물 속 쫀득쫀득한 고기 찾기의 모험이 시작된다. 배는 불러오는데, 점점 개운해진다. 한담해변 산책 전후 두둑이 배를 채우기 좋다. 명절 기간에도 대체로 영업하는 부지런한 주인이 산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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