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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은 ‘그림의 떡’”… 황금연휴가 더 서글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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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은 ‘그림의 떡’”… 황금연휴가 더 서글픈 사람들

입력
2017.04.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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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이 출국인파로 붐비고 있다. 뉴스1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이 출국인파로 붐비고 있다. 뉴스1

공기업에 다니는 문모(31)씨는 지난달 28일 퇴근하자마자 남태평양 휴양지 팔라우로 9박10일 여행을 떠났다. 근로자의날(1일) 석가탄신일(3일) 어린이날(5일) 대통령선거일(9일) 징검다리 휴일에 낀 근무일(사흘)을 연차로 돌리면서 주말 포함, 총 11일의 ‘황금연휴’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씨는 “5년 전 취업을 한 뒤로 정기휴가 때도 이렇게 긴 여행을 온 적은 없다”고 웃었다.

중소출판업체에 다니는 김모(27)씨는 “연휴는 딴 나라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홍보물 제작 등 시한 내 처리해야 하는 일감 탓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단다. 그는 “대기업처럼 인력이 풍부하고 사정이 좋은 곳이나 연휴를 주는 거지, 우리 같은 조그만 회사에게는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5월 초 황금연휴에 직장인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모처럼 긴 연휴에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로 국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국내 여러 관광지로 이어지는 도로가 꽉 막힐 정도인 반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직장으로 출근해야 하는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특히 간호사와 같은 전문직이나 백화점 직원 등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연휴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모(30)씨는 “교대 근무가 필수인 직업 특성상, 평상시와 다를 게 없다”며 “붐비는 공항, 꽉 막힌 도로 사정을 전하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끼리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다”고 했다. 연휴를 맞아 병원이나 백화점 등으로 손님들이 몰리면서, 쉬기는커녕 평소보다 더 바쁘다는 게 이들 얘기다. 간혹 용감(?)하게 ‘한 번 쉬어볼까’는 생각도 해보지만, ‘네가 쉬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더 일해야 한다’는 눈총에 자포자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경비를 담당하는 박모(67)씨도 “연휴가 더 힘들다“고 한탄하는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연휴는 둘째치고, 여행 떠나고 집을 비우는 주민들 때문에 우리는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일해야 한다“고 했다. 건물 청소노동자 박모(56)씨도 “내가 맡은 건물이 문을 닫지 않는 한 휴식도 없다”고 쓴웃음 지었다. 자영업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휴 때일수록 가게 문을 일찍 열고 늦게 닫아야 한다”며 “실제로 매출이 늘던 안 늘던, 혹시 모를 손님들이 있을까 쉴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연휴는 그저 일부의 호사’라는 건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연휴는 중소기업 종사자 절반 정도(54.0%)만 누릴 수 있었다. 이들은 이번 징검다리 연휴기간 평일 2일, 4일, 8일 중에 적어도 하루 이상 쉬는 사람들로, 사흘을 모두 쉬면서 완전한 황금연휴를 즐기는 이들은 고작 10명 중 1명(8.2%)에 불과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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