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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선수들 기술 파악하랴, SNS 확인하랴... 3시간만 잔 박재민

입력
2018.03.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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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서 스노보드 해설가로 활약한 배우 박재민.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2018 평창동계올림픽서 스노보드 해설가로 활약한 배우 박재민.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총, 군화, 방탄모도 없이 군복 차림에 슬리퍼 신고 전쟁터에 나간 기분이었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KBS 스노보드 해설위원에 발탁되자, 배우 박재민은 기쁘면서도 난감했습니다.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자신이 거론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불과 개최 일주일 전에야 확정이 났기 때문이죠. 장기간 파업 사태를 겪은 KBS가 개최 직전까지 결론을 내지 못해 마음을 접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프로필 촬영을 마친 그는 일주일간 하루 3시간씩 자며 해설을 준비했습니다. 스노보드 경기를 중계하려면 선수들의 인적사항, 기술의 특징과 난이도, 강점 등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선수 수백 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해 사진과 글을 확인하고 “이 선수가 한국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을 파악했습니다. 영어가 아닌 글은 온라인 번역기를 돌려서 정리하느라 시간이 배로 걸렸습니다. 스토리가 담긴 해설이 단순히 특출한 언변 덕분은 아니었던 겁니다. “스노보드의 기술을 가르치기 보다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박재민 나름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준비기간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스노보드 종목이 5가지(평행대회전, 하프파이프, 크로스, 슬로프 스타일, 빅에어)에 달하다 보니 모든 종목을 심도 있게 해설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자신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에서 해설력의 편차가 드러났습니다. 일각에선 박재민의 해설을 두고 전문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온라인의 혹평을 확인하고 일일이 답변을 달았습니다. “방송 중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을 드러내지 말라”고 지적한 네티즌에는 “너무 친한 동생이라 실수한 듯하다. 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역 스노보드선수로 활동 중이지만, 해설은 또 다른 역량이 필요하더라”며 “정보를 얻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질책하는 의견도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배우 출신 박재민 해설위원이 지난달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 경기를 해설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배우 출신 박재민 해설위원이 지난달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 경기를 해설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처음 맡은 해설위원이라 요령이 없어 생긴 ‘웃픈’ 일화도 있습니다.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장기간 중계에 목이 마른 박재민이 물을 너무 많이 마셔버린 것이죠. 봅슬레이 경기 화면이 방송되는 1분의 시간을 틈 타 그는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이 아찔한 경험 이후 박재민은 카메라에 비치는 상체는 정장, 비치지 않는 하체는 트레이닝복인 차림으로 중계를 진행했습니다. 이상호 선수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확정했을 때, 박재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면서 트레이닝복 바지가 고스란히 방송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23년째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박재민은 대표팀 선수 대부분과 잘 아는 선후배 사이라고 합니다. 이토록 열정적인 중계에는 후배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도 깃들어 있었습니다.

평창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어울린 후 그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해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것 같아요. 앞으로 30년 뒤에는 또 어떤 단계에 도달해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을 알리는) 중요한 역사적 행보라고 생각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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