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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행사에 남측 뺀 북한… 북미ㆍ남북관계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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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행사에 남측 뺀 북한… 북미ㆍ남북관계 분리

입력
2018.05.22 20: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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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ㆍ중ㆍ영ㆍ러 취재진만 입국시켜

‘트럼프에 북 입장 전달’ 압박 메시지

통일부 “오늘 취재단 명단 재전달”

한국도 막판 합류 가능성 열어둬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에 초청받은 외신 기자들이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기 위해 탑승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에 초청받은 외신 기자들이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기 위해 탑승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이 남측에 대해 단단히 토라진 모양새다. 23~25일 사이 진행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남측 취재진을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북한은 끝내 저버렸다. 대신 북한은 22일 우리 측 취재진을 제외한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의 취재진을 베이징에서 고려항공을 통해 원산으로 불러들였다.

북핵협상을 끌고 온 두 축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분리시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듯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했던 약속까지 뒤집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에 나선 한국 기자단 8명은 이날 입북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까지 남측 당국의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으며 결국 입북이 무산됐다.

정부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 측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당초 북한은 지난 15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를 초청한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날 새벽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북한 체제 비난을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러더니 판문점채널을 통한 우리 정부의 거듭된 기자단 명단 접수를 계속 거부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 식당에서 집단 탈출한 여종업원의 송환과 대북단체 삐라살포 중지 등 대남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감 이슈들에 대한 일시적 불만 표출로 해석되며 남측 기자단 입북도 결국은 허용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우리 언론만 초대 받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일시적 몽니가 아니라 남북관계 자체를 흔들어보겠다는 북한의 의중이 뚜렷해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온 시기임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남측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관계를 건드리기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이용해 우리를 너무 압박하지 말라는 대미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전달하라는 압박의 의미가 담겼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남북관계도 다시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 경색 국면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을 겨냥한 전쟁 소동이 계속된다면 북남 고위급회담 중단 상태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미(북미)대화에서 진전이 이뤄지면 고위급 회담 중지 사태도 저절로 해소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연동해서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북한의 돌연한 태도 변화에는 존엄 모독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북한 특유의 체제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남북관계가 잘 되고 있더라도 태영호 전 공사의 대북 비난 같은 체제 문제를 그냥 넘어가긴 어렵다는 것”이라며 “남측과의 대화 창구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입장에서도 존엄 모독 목소리가 나오는 남측과 대화를 지속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수령제 국가는 최고 지도자의 존엄 문제를 가장 중시한다”며 “특히나 태영호는 북한에서 공직을 맡았던 사람이라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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