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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세금 체납했다고 장기간 출국금지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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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세금 체납했다고 장기간 출국금지는 부당”

입력
2017.11.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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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사 운영하다 망해 4억 체납… 8년간 출금

“해외로 재산도피 우려 있을 때만 금지해야”

해외도피 우려가 없는데도 세금을 장기 체납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출국금지 명령을 장기간 내리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윤경아)는 장모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0년대까지 코미디언, 가수 등으로 활동하다가 음반 제작사를 차린 장씨는 음반업계 불황으로 2000년대 초 폐업했다. 그가 사업을 접을 무렵부터 재무상태가 나빠져서 1998년 6월 2,387만원이던 체납 세금은 2010년 2월 4억2,387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자 법무부는 2009년 6월 장씨에게 국세체납을 이유로 6개월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고, 이후 최근까지 6개월 단위로 계속 출국금지 기간이 연장됐다.

법무부도 그럴만한 명분이 있었다.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령은 5,000만원 이상의 국세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한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엔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장씨가 1997년과 2002년 각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법 카지노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과, 납세 체납기간에 해외 여행을 다녀온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법원은 출국금지 명령을 내릴 때 대상자가 재산의 국외도피 의도가 있는지 까다롭게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상 5,000만원 이상 조세체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체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출국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체납 사실만으로 출국금지 처분을 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리에 위배되거나 과잉금지 원칙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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