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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16 직전 한국 막후통치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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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16 직전 한국 막후통치 검토했다

입력
2013.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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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1년 5ㆍ16 군사정변 열흘 전 한국의 부패 상황을 보고받고 장면 정부를 배후 조종할 특사를 파견, 막후 통치를 통해 한국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15일(현지시간) 밝혀졌다. 케네디는 한국의 군사정변과 공산화 가능성을 경고한 '팔리 보고서'를 읽고 5월 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고 국무부에 대책 보고서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5ㆍ16 군사정변이 발생한 뒤에는 "한국에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과 관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군사정변을 추인하고 그 해 11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초청했다.

5ㆍ16 전후 미국 정부의 긴박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백악관 자료가 본보가 입수한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의 '대통령 집무실 파일(President's Office File)'에서 처음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이 파일은 케네디의 개인비서 에버린 링컨이 소장해온 미공개 자료로 5ㆍ16 군사정변 직전부터 1963년 군정 연장 발표 시점까지 한국과 관련한 내용을 모두 253쪽에 담고 있다.

팔리보고서, 막후 美통치 제안

공개된 자료들은 당시 한국의 심각한 부패 상황과 미국이 이에 대처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케네디와 NSC 참모들에게 한반도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운 당시 주한미군원조사절단(USOM) 부단장 휴 팔리의 '1961년 2월 한국 상황' 보고서의 전문도 처음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1996년 요약본이 공개된 적이 있다.

팔리보고서는 내정간섭 수준의 극단적 조치까지 주문할 정도로 5ㆍ16 직전 한국 상황을 비관적으로 표현했다. "한국과 한국 국민은 병들었다"고 시작해 "정부ㆍ언론ㆍ교육ㆍ종교ㆍ기업의 구조가 모두 부정 부패와 사기로 연결돼 있으며 한국인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식의 망상 속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무기력한 장면 정부가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 조만간 민중의 불만이 폭발하거나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한국의 개혁을 직접 조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주권 침해와 내정 간섭 논란에도 불구, 미국이 특사와 보좌관 2명을 한국에 보내 경제권과 인사권 등을 장악, 장면 총리 뒤에서 한국의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이런 노력이 실패해 장면 정부가 무너지면 최악의 군사정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리는 "미국은 주권이란 말에 스스로 속으면 안 된다"면서 "다만 한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우리의 조치가 한국 주도로 비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무부, 20일 만에 朴초청 건의

월터 매코너히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팔리의 제안을 거부했으나 케네디와 백악관 참모진은 팔리 보고서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케네디는 자신이 참석한 NSC 회의에서 한국 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아래 태스크포스를 구성, 보고서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며칠 뒤 5ㆍ16 군사정변이 발생하자 국무부는 보고서 제출을 6월 초로 연기했고 NSC 회의도 6월 13일로 미뤄졌다. 이후 국무부는 한반도 대책 보고서를 수정해 팔리가 제시한 특사 통치 방안을 포기하고 대신 5ㆍ16 군사정변의 성공을 확인하고 한일수교,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민정이양 이행, 박정희 의장의 비공식 실무 방문 초청 등을 군사정부에 요구하라고 건의했다. 이 보고서는 "이승만 정부와 장면 정부가 전복된 이유가 한국사회에 부상한 민족주의의 힘 때문"이라며 "두 사건은 한국 사회의 정체와 만연한 부패에 젊은 세대가 불만을 가졌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서는 5·16 찬반 팽팽

국무부는 5월 17일 주한 미 대사관에 비밀전보를 보내 장면 정부가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됐다면 군사혁명위원회와 함께 노력할 것을 지시하면서 군사정변의 성공을 인정했다. 이날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은 비밀전보에서 "윤보선 대통령과 백낙준 참의원 의장이 군인을 동원한 반란 진압에 반대했다"며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란 정황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면 총리는 계속 숨어 지내며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면서 "그는 용감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매그루더는 당시 미군 방첩대(CIS)가 5ㆍ16군사정변과 관련한 행인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찬성, 2명은 찬성하지만 성급하다는 중립, 그리고 나머지 4명은 반대 의견을 보였다고 미국 국방부에 보고했다.

뉴욕=신용일 미주한국일보기자 yishin@koreatimes.com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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