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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면 비소비지출이 21만원… 가계소비 여력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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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면 비소비지출이 21만원… 가계소비 여력 더 줄었다

입력
2018.05.27 15:3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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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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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은행원인 주일환(31ㆍ가명)씨는 35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지만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소득세, 주민세,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으로 90만원가량이 공제되는 데다, 지난해 결혼하면서 빌린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이자로 매달 50만원씩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주씨는 “남들이 보기엔 연봉이 제법 높은 은행원이지만, 세금이나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아 살림살이가 넉넉하진 않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소득(월 476만2,959원)에서 세금, 이자 등 비소비지출(99만5,512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9%를 기록, 처음 20%를 넘어섰다. 100만원을 벌어도 쓸 수 없는 돈이 21만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가계소비 여력도 줄어든 셈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비소비지출 비율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분기 18.2%에서 3분기 19.0%로 올랐고 올해 1분기엔 20%대를 돌파했다. 1년 사이에 2.7%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비소비지출은 조세,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가구 간 이전지출 등이 포함된 비용으로, 생계를 위해 상품ㆍ서비스를 구입하는 비용인 소비지출과 대비된다. 통상 비소비지출 증가는 가계 소비여력 축소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은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비소비지출이 더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12.5%)와 올해 1분기(19.2%),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로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3.1%와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소비지출에서 증가율이 가장 큰 부분은 근로소득세, 재산세 등 가계에 직접 부과되는 경상조세(35.3%ㆍ20만2,785원)다.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소득이 크게 늘면서 납부 세액도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1분기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명목소득(1,015만1,698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역대 최대폭인 9.3% 늘면서 이 계층의 경상조세도 50.1% 증가했다. 금리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자 비용(9만5,632원)도 23.1% 늘었다. 이는 글로벌금융위기가 도래했던 2008년 3분기(6만5,482원ㆍ23.6%)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비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간이전지출(28만3,087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25.5%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46.7%)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구간이전지출은 경조사비, 가족 간 용돈ㆍ생활비 등이 포함된다. 통계청은 이 항목의 증감 요인을 뚜렷이 파악하긴 어렵지만, 최근 고용 불안과 맞물려 소득이 불안정한 가구가 늘면서 가족끼리 주고받는 돈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이전지출 및 소득이 늘거나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근로ㆍ사업 소득만으로는 가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신호”라면서 “비소비지출이 늘어나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줄면 결국 수요 측면에서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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