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18 14:20

수정 2018.09.20 16:04

2016년 세계경제포럼(WEPㆍWorld Economic Forum)이 세계에 던진 화두는 ‘4차 산업혁명’. 이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 등으로 집약된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낱낱이(빅데이터) 실시간으로 모아(차세대통신)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인공지능)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들 분야는 각각 독립된 형태가 아니라 통합된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오후 간식 시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달달한 조각 케이크를 권하는 동시에 본사에는 고객들이 자주 주문하는 케이크 유형과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똑똑한’ 마케팅 시스템이 그것이다. 공장에서는 프레스, 컨베이어 벨트, 용접기 등 각종 설비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유사한 공장들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장 원인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분야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전에 없었던 직종과 기업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기업 구글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산업 분야별 경계도 허물어진다. 4차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림>4차 산업혁명의 사물인터넷 개념도

*자료: Adolphs(2015년)

세계 각국은 이런 영향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왔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조직, 제도를 마련하고 인력 양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 등을 부분적으로 준비하는 기업들은 있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인지해 대비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선진국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따라 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후발주자인 점은 분명하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 그랬듯 ‘Fast Follower(발빠른 추격자)’ 위치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늦었다고 포기하면 ‘First Mover(선도자)’로 도약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앞서나간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이에 미국, 독일, 일본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미국, 제조업 첨단화ㆍ벤처기업 활동의 장 마련

미국 제조업의 거울과도 같은 도시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있었다. 자동차 공장으로 노동자들이 모여들면서 1950년에는 인구가 185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2009년 제너럴 모터스가 파산했고,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던 공장들도 차례차례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이곳을 떠났고, 도심 건물조차 텅 비게 됐다. 2013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비참한 도시 1위’에 오르는 굴욕을 안았다.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2012년 7월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재활성화 계획(Plan to Revitalize American Manufacturing)’을 공표했다. 센서ㆍ측정ㆍ공정관리, 3D 프린팅, 바이오 제조와 생명정보학, 나노기술, 지속가능한 제조공정, 산업용 로봇, 첨단 설비 및 검사장비 등 11개 제조기술 중점육성분야를 선정했다.

2013년 1월에는 15개의 제조업 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 연구소들을 전국적으로 연결하는 ‘국가 제조업 혁신 네트워크(NNMIㆍNational Network for Manufacturing Innovation)’를 발표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산ㆍ관ㆍ학 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로 하는 첨단 제조기술을 연구하고, 개발된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기업들이 제조업 혁신 클러스터에 초기부터 참여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수시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의 개발부터 상업화까지의 기간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 연구개발 기업들은 14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8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경량화 금속 개발 연구소의 경우 자동차 주요 금속 부품 무게를 40% 줄여 연비 향상 효과로 이어지게 했다. 국립적층가공 혁신 연구소, 집적 광학 연구소 등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글로벌 경쟁력’(2016~2017년) 순위에서 138개국 중 3위, ‘국가의 혁신역량’은 6위에 올랐다. ‘비즈니스 성숙도’와 ‘연구개발(R&D) 혁신’ 부문에서도 각각 4위를 기록했다. ‘세계혁신지수 보고서(The Global Innovation Index 2017)’에선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14년 6위에서 2015년 5위, 2016년 4위로 순위가 상승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미국이 혁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표> 미국 첨단 제조기술 중점 육성분야

2012년(11개)2016년(15개)
ㆍ첨단 센서, 측정, 프로세스 컨트롤ㆍ신소재 디자인, 합성, 프로세스ㆍ시각, 정보, 디지털 제조 기술ㆍ지속가능한 제조 공정ㆍ나노생산 공정ㆍ유연 전자소자 제조ㆍ바이오 제조와 생물정보학ㆍ적층가공 제조업(3D 프린팅)ㆍ선진 제조업과 검사 장비ㆍ산업용 로봇ㆍ첨단 복합 기술ㆍ첨단 재료 제조ㆍ첨단 바이오 제조 공학생물ㆍ재생의료를 위한 바이오 제조ㆍ첨단 바이오 제품 제조ㆍ제약의 연속제조ㆍ첨단 기계도구 및 제어장치ㆍ보조 및 유연 로봇ㆍ재생의료를 위한 생체공학ㆍ여러 기술 분야의 바이오 프린팅ㆍ증명, 평가, 자격ㆍ제조업을 위한 사이버 보안ㆍ화학 및 열공정 집적화ㆍ지속가능(에너지 효율 개선)한 제조공정ㆍ고부가 제조ㆍ혹독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재료

미국 정부는 혁신기술 개발에 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 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왔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스타트업 아메리카 계획(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발표하는 등 벤처기업 창업과 일자리 창출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스타트업 아메리카 계획은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강조한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 정책들은 ‘위험을 감내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도모하는’ 기업가 정신 고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방정부의 R&D 투자(1,480억 달러 규모)에 대해 상업화를 강조해 신산업 창출과 혁신적인 스타트업 양성을 지원한다. 중점 부문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자본 접근성 확보 ▲기업가 정신 교육 및 멘토십 프로그램 확대 ▲창업기업 진입 장벽 해소 및 정부의 창업지원 효율화 ▲연구소부터 시장까지 혁신의 가속화 지원 ▲의료ㆍ청정에너지ㆍ교육 산업으로 시장 진출기회 제공 등 5개다.

민간 부문은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 같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가 생태계 조성, 차세대 기업가 양성, 창업가와 멘토ㆍ대기업 연결, 혁신 가속화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미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창업생태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에서 활약할 ‘작지만 강한 기업’을 계속 키워내고 있다.

독일, 4차 산업혁명 표준화…중소기업ㆍ노동조합도 같이 간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에 가장 근접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10년 넘게 일관되게 발전시켜온 ‘인더스트리 4.0’ 전략 속에서 정부, 산업계, 학계, 노동조합까지 4차 산업혁명 완성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독일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최적화돼 가는 중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어느 날 갑자기 ‘뚝딱’하고 등장한 것이 아니다. 무려 10여년간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이다. 독일은 2000년 3월 EU 15개국 정상들이 EU의 장기발전을 위해 합의한 ‘리스본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연구개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당시 독일 R&D 정책은 16개 주 정부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여서 매우 복잡한데다 지원 대상이 다양하지 못했고, 학술 분야에 치우쳐 있어 혁신을 이루기에는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독일 연방정부는 2006년 R&D와 혁신에 중점을 둔 ‘첨단기술전략’을 발표했다. 첨단기술전략을 통해 독일은 R&D 투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늘려 혁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과학-산업 간 협력을 유도해 주요 산업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급변하는 흐름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0년 ‘첨단기술전략 2020’을 통해 기후변화ㆍ에너지, 보건, 교통ㆍ운송, 보안, 통신 등 5개 중점 육성분야를 설정하고 예산 활용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해 2006년 발표한 전략보다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더불어 독일 정부는 2012년 3월 ‘첨단기술전략 2020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첨단기술전략 2020보다 더 구체적인 10개 미래 프로젝트에 대해 향후 10~15년간 추진할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표> 독일의 첨단기술전략 2020 액션 플랜

번호내 용
1이산화탄소 중립ㆍ에너지 고효율화ㆍ온난화에 대처하는 도시
2화석연료 대체자원 개발
3지능형 에너지 공급 개혁
4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통한 치료방안 개선
5식생활 개선을 통한 건강 증진
6고령자의 자기결정이 가능한 생활
7지속가능한 이동성
8상업용 인터넷 서비스
9인더스트리 4.0
10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자료 :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2013년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 독일엔지니어링협회 등 산업단체들은 10개 미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 4.0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산업계의 호응을 얻어 새로운 대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 연방정부가 마련한 정책이지만, 이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 민간기업, 각종 협회ㆍ연구소, 노동조합 등이 구성한 하나의 새로운 체제라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Plattform Industrie 4.0)’이다.

플랫폼 출범은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대응방안과 전략을 마련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범위가 기업과 산업을 넘어 사회적인 부분을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독일은 성공적인 인더스트리 4.0을 이루기 위해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 플랫폼 인터스트리 4.0 안에 표준화를 위한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이 워킹그룹은 RAMI(Reference Architecture Model for Industrie) 4.0을 만들어냈다. 최대한 모든 영역의 기술이 포함되도록 만든 3차원 모델인데, ISO 같은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로봇팔 제조업체인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는 신기술 개발에서 RAMI 4.0이 표준을 사전에 마련해줘 수많은 오류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히든 챔피언’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히든 챔피언은 연매출이 40억달러를 넘지 않지만,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이 세계 3위 이내 혹은 소속 대륙 1위인 강소기업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소기업이라도 대기업에 비해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디지털화 전략, 자원, 표준, 데이터 보안 부족 등이 그렇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 전략 안에서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Mittelstand) 4.0’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중소기업들이 정부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을 이전 받게 해 디지털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또한 정책 추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Excellence Competence Center’를 독일 각 지역에 지정했다. 이 센터들은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시연해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일본, 후발주자이나 컨트롤타워 마련해 맹추격

일본이 4차 산업혁명을 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2015년판 성장전략이다. 독일 정부가 첨단기술전략 2020을 결정하면서 인터스트리 4.0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 2010년, 미국의 기업들이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라는 미국판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을 결성한 시점이 2014년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늦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초반부터 4차 산업혁명을 국가전략으로 선정해 민관 협력과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거센 추격전에 나섰다.

<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일본이 평가한 자국의 강점과 약점

분 야강 점약 점
데이터 수집로봇, 센서 등 물리적 장치모바일 OS와 장치
데이터 통신최첨단 고속 통신망데이터센터 유지관리비
빅데이터의료, 교통 등 지역 빅데이터데이터 공유, 교환
AI 등 활용슈퍼컴퓨터 기술AI기술개발ㆍ활용, 기초연구, 인재
상업화양질의 제품ㆍ서비스에 대한 수요규제, 산업구조조정 지연 등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2015년 1월 일본 정부는 ‘로봇 신전략’을 수립해 로봇을 일본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로 내세웠다. 그러나 로봇 기술만으로는 기업의 사업모델이나 사회상 전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15년판 성장전략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정부가 주목해야 할 신기술로 추가했다. 나아가 2015년판 성장전략은 이들 신기술이 초래할 산업구조와 고용의 변화에 기초해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기본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데 필요한 기본전략을 수요, 공급 측면으로 나눴다. AI 등의 기술혁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공급에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기본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업, 계열의 벽을 뛰어넘은 데이터 플랫폼의 구축, 빅데이터 활용을 축으로 한 인재 교육 시스템의 구축, 외국 인력 활용, 노동시장ㆍ고용제도 개혁 등 10여가지의 구체적 대응책을 제시했다.

2016년판 성장전략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 민간의 역할을 좀더 구체화한 추진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일본이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조업 현장 등 일본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에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어떻게, 얼마나 빨리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민ㆍ관의 할 일을 정리했다. 특히 정부에겐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 타워인 ‘4차 산업혁명 관민회의’ 설치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의 연구개발ㆍ산업화 전략의 구체화 ▲규제ㆍ제도 개혁과 데이터 이용 프로젝트 추진과 보안 확보 ▲4차 산업혁명 인재육성추진회의의 인재육성 ▲중견ㆍ중소 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지원 등을 촉구했다.

2017년판 성장전략은 IoT, AI,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산업은 물론이고 사회 모든 분야에 도입해 현재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사이어티(Society) 5.0’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사이어티 5.0은 인류사의 발전을 수렵사회→농경사회→공업사회→정보사회→소사이어티 5.0 등 5단계로 구분한 것인데, 일본 정부가 2016년 1월 내놓은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정의한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융합하는 ‘초(超)스마트 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적시적소에 필요한 만큼 제공받아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투자회의(산업경쟁력회의, 4차 산업혁명 관민회의 등 2016년 흡수)’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 공장 등 전략적인 사업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사점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미 2016년 자신들이 처한 현주소를 매우 잘 진단해내면서 변화의 당위성을 짚어냈다. ‘지금처럼 일본 기업들이 기업, 계열, 업종이라는 벽과 폐쇄적 이노베이션(기업이 자사 혹은 계열사만의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려는 경향)에 갇힌 상태에서는 디지털 경제의 모바일 플랫폼처럼 장차 등장할 빅데이터 플랫폼을 해외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면 일본 기업이 해외 플랫폼 오너에게 부가가치를 흡수당한 채, 그 플랫폼에서 일본 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존 산업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경직된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된다면 일본은 고용기회 상실과 함께 임금 저하, 다른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다만 경제산업성은 IoT나 로봇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모든 공장과 기업이 IoT로 연결돼 ‘재고 제로’, 즉각적인 주문생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의 급격한 증가가 실현되면 일본이 안고 있는 저출산ㆍ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사례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과 달리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기업들은 업종의 틀에서 벗어나 개방형 기술혁신체제를 갖춰야 하고, 정부는 기업들의 기술혁신 노력을 규제개혁ㆍ제도정비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산관학 협력기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산관학 협력기구를 컨트롤 타워로 삼아 독일처럼 10년 가까이 일관되게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적 일관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스마트 공장 보급사업조차 2014년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책,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이 섞여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현재의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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