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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등록 : 2018.03.07 14:00

[카드뉴스] ‘장애에 갇힌 삶을 되찾게 하자’ 패럴림픽의 아버지, 구트만

등록 : 2018.03.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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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패럴림픽’은 국경, 인종, 성별 뿐 아니라 ‘장애’까지 뛰어넘은 전세계 스포츠인들의 화려한 축제입니다.

이 패럴림픽이 사실은 영국의 한 시골병원에서 16명의 환자끼리 벌인 작은 시합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요. 패럴림픽의 창시자는 누구일까요? 한국일보가 알아봤습니다.

제작/기획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비장애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포츠를 '치료'의 영역으로 끌고 온 선구적인 의사가 있었다. 바로 패럴림픽의 창시자로 불리는 루드비히 구트만이다. 

1948년 영국의 변두리 시골병원에서 16명의 부상 군인끼리 열었던 작은 운동회는 어떻게 오늘날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파파 '구트만'의 인생을 되짚어가다 보면 패럴림픽의 기원이 보인다. 

1899년, 구트만은 독일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그곳엔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도 익숙했다. 가벼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던 젊은 광부들은 몇 주 만에 살 썩는 냄새를 풍기며 죽어갔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니 귀찮게 하지 말아요. 치료조차 필요 없습니다." 다른 환자들은 냉담하게 말했다. 평균 생존기간은 5주. 환자들에게 침대는 미리 짜둔 관과 다를 바 없었다. 

의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의도된 무관심, 차가운 방치 속에서 죽음으로 내던져진 사람들. 구트만의 머리 속에 이 장면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다. 

독일에서 의대를 졸업했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나치의 광기가 덮쳐오기 시작한 것. 결국 구트만은 가족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망명한다. 

전쟁은 계속됐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배운 것은 오직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었지만 스스로를 죽음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운 시대였다. 

옥스퍼드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새롭게 지어지는 스토크 맨더빌 병원에 척추 마비 치료 의사로 초청된 것. 스물여섯 개의 침상은 전쟁 중 마비 장애를 얻게 된 전직 군인들과 여성들로 채워졌다. 

구트만은 탄광촌의 기억을 떠올렸다. 침대에서 시들어간 것은 비단 육체만이 아니었다. 천장만을 응시하던 이들은 서서히 자아도 잃었다."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침대 밖으로 끌어내자" 그렇게 혁신이 시작됐다. 

처음엔 두 시간마다 돌아 눕혔고, 그다음엔 휠체어 앉혔다. 손으로 바퀴를 굴릴 수 있게 되자 이들은 휠체어 지팡이를 들고 공을 치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끌어내는 것만으론 소용이 없다. 스스로 침대를 박차고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구트만은 이들의 모습에서 답을 찾았다. 바로 스포츠'였다. 

휠체어 폴로로 시작된 스포츠는 펀치볼, 다트, 농구와 양궁으로 이어졌다. 환자들은 그를 'poppa' 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48년 7월 28일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사이 스토크맨더빌 병원에서는 오늘날 패럴림픽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척추 환자 양궁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가 올림픽과 함께 막을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언젠가 장애인 올림픽이 정식 올림픽과 나란히 개최될 것이라는 구트만의 큰 그림이 있었다. 

1960년 마침내 구트만의 소망대로 올림픽 개최지인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게 된다.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c’과 ‘Olympic’이 결합된 ‘Paralympic’이라는 명칭은 1964년 도쿄에서 처음으로 쓰였다.

1972년까지만 해도 하반신 마비 선수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장애인 올림픽은 시각장애인, 절단 장애인까지 참가 범위가 확장되면서 비로소 종합대회의 성격을 띠게 된다. 오늘날 ‘Paralympic’의 ‘Para’는 ‘나란히’라는 뜻의 전치사로 해석돼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든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는 의미로 발전했다.

장애가 ‘죽을 운명’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 모두의 편견에 맞서 장애인 스포츠의 가능성을 연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의 정신은 바로 ‘평등’. 스포츠 세계의 룰은 인종, 나이, 성별뿐 아니라 ‘장애’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구트만 박사의 염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처음으로 같은 도시, 같은 경기장에서 열렸고, ‘패럴림픽’이라는 대회명도 처음으로 ‘공식’ 인정됐다. 

그리고  30년 후인 2018년, 같은 한반도 땅 평창에서 이번에는 동계패럴림픽이 열린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오는 9일 개막해 18일까지 10일 간 치러진다. 

이제 ‘반다비’가 수호랑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 루드비히 구트만의 평등정신을 되새기니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는 패럴림픽이다.

기획/제작_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 출처_한국일보 자료사진, 유튜브 캡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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