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기자

등록 : 2018.07.31 14:00

[줌인뉴스] 관공서에선 "아버님" 옷가게선 "언니" 나만 부담스럽나?

등록 : 2018.07.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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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언니! 지금 고른 그 옷 언니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버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난생처음 보는 사람에게 ‘언니’, ‘아버님’으로 불려본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친근함을 표시한다는 명목으로 가족 호칭을 남용하는 언어문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혈연주의에 기댄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투영된 관습이라는 지적인데요. 이들의 이야기를 한국일보가 들어봤습니다.

제작 박지윤 기자

“아버님! 박스 포장은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지난달 택배를 보내러 우체국에 간 박종호(51)씨는 청원경찰의 ‘아버님’ 소리가 듣기 영 거북했습니다. 살뜰하게 고객을 응대하려는 의도란 건 알겠지만, 난생 처음 보는 청년에게 아버지 소리를 왜 들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든 것. 

“과공비례(過恭非禮·지나친 공손은 무례)라는 말도 있듯, 자칫 불쾌감까지 줄 수 있는 잘못된 호칭이라고 생각해요.”  박씨는 민원을 넣었고, 3일 뒤 해당 우체국으로부터 앞으로 ‘고객님’을 사용하도록 교육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직장인 신모(29)씨는 요즘 옷을 사러 갈 때마다 직원의 ‘언니’라는 호칭이 거슬립니다. “언니, 언니 부를 때마다 왠지 부담스러워요.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요.” 아무리 친밀한 고객을 응대라도, 공적인 호칭을 불러야 한다는 게 신씨의 생각입니다.

관공서에서, 식당에서, 직장에서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혹은 예의를 갖추려고 사용되고 있는 같은 호칭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너무 예민하게 군다는 말도 간혹 듣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말 예절에도 맞지 않습니다. 가족 호칭을 남용하는 건, 공사 구분 없이 ‘혈연주의’에 기댄 구시대 사고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죠. 

“힘든 일 있으면 형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말하라” 14년 차 직장인 한모(39)씨는 후배들 앞에서 스스럼 없이 말합니다.  말 그대로 ‘형’처럼 마음 터놓고 지내자는 의도지만, 후배들 반응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일을 시키거나 할 때는 선배고, 자기 편할 때는 형이냐는 후배들 불만을 듣고는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한다는 구설에 오를까 봐 조마조마하기까지 합니다.”

‘언니’ 호칭에 웃지 못할 일도 가끔 발생합니다. 2015년 수도권 한 약국에서 손님 A씨가 약사 B씨에게 ‘언니’라고 불렀다가 약사가 “의사에게 오빠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겠느냐”라며 시비가 붙어 경찰까지 출동한 것입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2011년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을 살펴볼까요? 당, 관공서 등에서는 손님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 없이 ‘손님’으로, 직장에서는 이름과 직함을 붙여 부를 것. 이와 같은 규정이 적절한 언어 예절입니다. 

흔히 손님이 직원을 부를 때 ‘여기요’ ‘아주머니’ ‘아저씨’라 부르는 게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언니’나 ‘이모’ 등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우리말 예절에 부합한다는 게 국어원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가족 호칭을 남용하다 보면 공적인 일 처리도 온정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요." 혈연주의에 기댄 호칭,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원문 이혜미 기자

제작 박지윤 기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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