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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공유하는 집,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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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공유하는 집,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입력
2022.05.28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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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저자
조성익 홍익대 교수 인터뷰
'맹그로브 숭인' 설계하고 거주 후 평가 담아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지난 23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TRU 건축사사무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지난 23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TRU 건축사사무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혼자 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다.'

1인 가구의 이런 모순된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주거 형태가 커뮤니티 주거, 코리빙(co-living) 하우스다. 건물 안에 개인실과 별개로 공유주방, 라운지 등 거주자가 모일 수 있는 공용 생활 공간을 품고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책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발행 웅진지식하우스)'을 펴낸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코리빙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면서도 고립되지 않는 공간,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인 가구를 위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해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평소 1인 가구에 대한 건축·사회적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코리빙 하우스의 설계 의뢰는 근사한 제안이었다. 지난 23일 만난 조 교수는 "국내 1인 가구 비율이 30%를 넘었지만 거의 모든 집이 2~4인 가구를 기준으로, 또 가족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지어진다"며 "다수가 소수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도시의 주거 환경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31.7%(2020년 기준)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맹그로브 숭인'의 전경.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맹그로브 숭인'의 전경.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코리빙 하우스는 거주자에게 기성 주택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선택권을 제공한다. "맹그로브에는 화장실을 공유하는 유닛이 있거든요. 그러면 당장 '미쳤어? 남의 엉덩이 닿은 변기 못 써' 하고 거부 반응을 보이죠. 하지만 그 방은 월세가 10만 원 정도 싸다면요? 화장실이 방에 없으면 습기, 냄새가 사라지니까 생활이 훨씬 쾌적해지죠, 청소 안 해도 되죠, 휴지 안 채워도 되죠. 공용 화장실은 관리자가 청소해 주고 향기까지 나요. 그럼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는 거예요."

책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은 그간 건축계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거주 후 평가(post occupancy evaluation)'를 바탕으로 한다. 설계에 참여했던 건축사사무소의 20대 직원이 맹그로브에 살면서, 사람들이 완성된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조 교수와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했다. 건축가의 의도와 장치는 때로 성공하고 때로 실패했다.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지난 23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TRU 건축사사무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가 지난 23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TRU 건축사사무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맹그로브 숭인'의 공용 주방.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맹그로브 숭인'의 공용 주방.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관찰 결과, 공유 주방의 설계는 '개인들의 느슨한 연결'을 형성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건축가는 보통 주방 조리대가 벽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식탁과 마주보게 배치했다. 또 조리대가 놓인 바닥은 20㎝가량 낮게 계획했다. 요리하는 사람과 밥 먹는 사람의 눈높이가 맞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균형 있게 섞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복도나 주방, 라운지에서 '짧지만 잦은 스침'이 일어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건축가의 이상에 그친 부분도 있었다. 거주자가 동네 주민과 교류하는 매개가 되도록 건물 주변에 벤치를 둘렀지만 기대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도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작은 방'에 대한 섬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바닥 면적만 규제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3평이라도 천장고가 3.6m라면 천장고가 2.1m인 5평보다 낫거든요. 언제부터인가 주거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가져다 주는 대상이 됐고, 20대까지 이 고민에 뛰어들고 있어요. 정책 입안자들이 1인 가구에 대해 좀 더 과감한 실험을 해야 할 때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 조성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12쪽
  • 1만5,000원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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