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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업에 대한 목마름, 10년 함께하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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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업에 대한 목마름, 10년 함께하게 했죠"

입력
2021.09.17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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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 여는
문경원&전준호 작가

남측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전준호(왼쪽), 문경원 작가가 지난 3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남측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 전준호(왼쪽), 문경원 작가가 지난 3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제가 그 당시 문 선생 작품을 보고 ‘위트 없다’고 평가했던 걸로 기억해요. 너무 무겁고 재미가 없다는 뜻이었죠. 그런 나에게 문 선생은 ‘가볍다’고 했어요. 하하."(전준호 작가)

지난 3일 전준호 작가와 문경원 이화여대 서양화과 교수가 기획한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이 개막한 가운데,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두 작가를 만났다. 이들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 수상 이후 해외에서 장기간 공동 프로젝트를 벌여오다 9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게 됐다. 현대차가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뽑아 지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개성 강한 두 작가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을 함께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2007년 해외에서 열린 미술 행사에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고, 2009년 공동 작업을 하기로 한 게 발단이 됐다고 했다. 문경원 작가는 “당시 미술계는 서로 솔직한 비평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서로 기분 나쁠 수 있는 말까지 해가며 가치관을 공유했다. 좋은 작업에 대한 목마름이 저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행사 카셀 도큐멘타에 출품해 주목을 끌었던 공동 작업 ‘미지에서 온 소식’은, 이후 해외에서 잇달아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 시카고, 스위스 취리히, 영국 리버풀 등 세계 각지에서 펼쳐졌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 역시 ‘미지에서 온 소식’ 프로젝트의 일환. 남측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다.

“문 선생이 어느 날 링크를 하나 보냈는데, 자유의 마을에 관한 글이었어요. ‘이게 사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무언의 합의처럼 이 마을을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전준호 작가).”

안보 문제로 내비게이션 상에는 나타나지 않는 마을, 그래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 마을을 두 작가는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신작 영상에 32세가 돼 대성동에 남기로 한 인물 A(배우 박정민 역)와 미래의 인물 B(배우 진영 역)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지에서 온 소식’은 영국 소설가인 윌리엄 모리스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프로젝트에요. 모리스는 꿈을 통해 100년 후 영국의 모습을 보고 책을 쓰게 됐다고 해요. 우리도 시공간을 넘어 100년 이후 모습을 상상하고, 거기에 비춰서 현재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전준호 작가는 이어 “자유의 마을을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이국적인 곳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 마을을 통해 기형적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경원 작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은 모두가 한곳을 바라볼 때 다른 곳을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나를 지켜준다고 믿어 온 제도가 결국 무용지물이 된 것처럼, 앞으로 무엇을 믿고, 반성하고, 성찰할지를 생각해보는 전시가 되면 좋겠어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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