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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ㆍ채용중단 칼바람... 실업대란 ‘전주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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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ㆍ채용중단 칼바람... 실업대란 ‘전주곡’ 우려

입력
2020.03.17 17:58
수정
2020.03.17 2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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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ㆍOCIㆍ만도 등 희망퇴직 추진... 두산重은 유휴인력 휴업까지 검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중단에서부터 희망퇴직까지 잇따르면서 대량실업 사태마저 우려된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각 기업에선 속속 인력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매출 감소에서 비롯된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인력 축소 움직임은 업종을 불문하고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후폭풍은 인력 충원 과정에서도 불어 닥치고 있다. 산업용 압축기, 가스터빈 제조업체인 한화파워시스템은 지난 16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수출 길까지 막힌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채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지원자들에게 발송했다. 이미 서류합격까지 통보한 상황에서 합격자들은 채용 자체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회사 측은 “채용 중단이 아니라 면접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상 진행 중이던 채용 절차가 중도에 연기된 것만으로도 코로나19의 위력을 가늠하기엔 충분하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인건비 비중이 크지 않은 정유업계 또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유가 급락과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 탓이다. 안전지대로 지목됐던 정유업계가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든 이유다. 에쓰오일은 올해 2월,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대주주로, ‘꿈의 직장’이라 불렸던 에쓰오일에서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검토에 들어갔단 소식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 대부분이 가동률을 줄였으며, 심지어 공장 가동을 멈추는 정기보수공사를 앞당기는 업체도 있다”며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난 현재 글로벌 정유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공장을 멈출수록 유리한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1위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OCI는 군산공장에서 생산해 온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제가격이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급락하자, 주요 생산 품목을 아예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OCI 군산공장은 지난달 20일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두산중공업 역시 명예퇴직과 함께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한 일부 휴업을 검토 중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이어지며 업계 부흥의 꿈을 내비쳤던 조선업계 역시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 2016년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삼성중공업은 전 직원 대상으로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가 2008년 이후 첫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제철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중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시행한 가운데 대부분 기업에서 유·무급 휴직을 통해 초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일감 부족과 매출 감소로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했는데 할 수 있는 건 인력 구조조정 뿐”이라며 “그 다음엔 폐업과 도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양적 완화나 통화 정책이 아닌 기업이 현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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