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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수요집회 28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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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수요집회 28년 맞았다

입력
2020.01.08 17:53
수정
2020.01.08 19:1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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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마이크를 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1) 할머니의 손이 옅게 떨렸다. 이날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시작된 지 꼭 28년째 되는 날. 20년 넘게 매주 수요일마다 대구에서 올라와 시위에 동참한 이 할머니이지만 이날의 감회는 여느 때와 달라 보였다. “거짓과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이기겠습니다. 200살까지 살아서 사죄를 받아야겠습니다.”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 방한을 앞두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시작한 수요시위가 어느새 28년을 맞았다. 횟수로는 무려 1,421차.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집회를 취소했던 경우나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항의 집회를 추모 집회로 대신한 것을 제외하면 그 긴 시간 동안 사실상 매주 수요일 진행된 것과 다름 없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28주년을 알리는 케이크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28주년을 알리는 케이크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도 어김없이 수많은 시민이 찾아와 이 할머니와 손을 맞잡았다. 전북 고창여고, 경기 동탄중앙초등학교 학생 등을 비롯해 주최 측 추산 800여 명이 참가했다.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28년 간의 시위 역사를 기록한 100장의 사진이 전시됐다.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꽃이 된 할머니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은 “수요시위는 평화다”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이라는 구호를 거듭 외치며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가 지지부진한 사이 국내에선 많은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이제 20명뿐이다. 지난해에만 김복동 할머니 등 5명의 피해자들이 별세했다. 첫 수요시위 때부터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자리를 지켜온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별세한 할머니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초기 수요집회에서 시민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어도 포기하지 않고 이 거리에 섰던 할머니들은 역사의 한 장면이 됐다”고 되새겼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오른쪽) 할머니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꼭 끌어 안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2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오른쪽) 할머니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꼭 끌어 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도 수요시위 28주년을 기념한 연대 집회가 진행됐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일본 미국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는 단체들이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연대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평화와 연대의 외침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수요시위 현장 인근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 미화 논란을 일으킨 책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수요시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해당 집회를 향해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세력”이라고 외치며 반발했고, 이 연구위원의 얼굴을 때린 2명은 폭행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안하늘 기자 ah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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