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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논란에 입 연 미술계 … “조각이 아니라 심사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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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논란에 입 연 미술계 … “조각이 아니라 심사가 문제”

입력
2019.12.29 11:00
수정
2019.12.29 20: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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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형물 흉물 비판에 목소리

생김새가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철거된 세종시의 공공조형물 ‘흥겨운 우리 가락’. 한국일보 자료사진
생김새가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철거된 세종시의 공공조형물 ‘흥겨운 우리 가락’.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조각가와 작품이 아니라 전문가가 배제된 입찰 과정이다.”

미술계가 입을 열었다. ‘저승사자’ 논란으로 번져 나간 공공조형물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9일 한국미술협회, 한국조각가협회는 서울시와 경기도 건축물공공미술작품 심의 강화 방침에 맞서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TF는 앞으로 국회 등에서 공개토론회를 여는 등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논란의 시작은 세종시 소방청 앞에 설치된 조각상 ‘저승사자’였다. 무섭고 흉측해 보인다는 이유로 ‘흥겨운 우리 가락’이란 원래 이름 대신 ‘저승사자’로 더 유명해졌다. 민원이 쏟아지자 이 조각상은 철거됐다.

‘저승사자’ 논란은 공공미술품 흉물 논란으로 번졌다.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치한 공공미술품들이 기괴한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서울로7017 개장 때 신발 수천 켤레를 늘어놨던 ‘슈즈트리’,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 ‘아마벨’ 등 과거에 논란이 됐던 공공미술품들이 다시 불려 나왔다.

이 논란은 문화예술진흥법 9조로 옮겨붙었다. 9조에 따르면 1만㎡ 이상 건축물을 신ㆍ증축할 때 건축주는 건축 비용의 1% 이하 범위에서 회화, 조각 등 미술작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미술 발전도 돕고, 삭막한 도시에 숨결도 불어넣자는 취지다.

하지만 ‘저승사자’를 계기로 공공미술품 논란이 일자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자체들은 공공미술품 관리를 더 강화했다. 미술계의 불만은, 관리 강화야 당연한 것이지만 ‘개선’이 아니라 ‘개악’에 가깝다는 점이다.

26일 인사동 KOSA 갤러리 '미술인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 운동' 기자 간담회
26일 인사동 KOSA 갤러리 '미술인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 운동' 기자 간담회

TF 이성옥 공동위원장은 “언론에 보도되고 논란이 된 수준 미달 조형물들은 조각가들을 배제한 입찰 병폐의 문제임에도 마치 조각가들의 커넥션이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심의위원회 구성, 심의 기준의 일관성에 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심사위원을 ‘80명 풀(pool)단’에서 ‘20명 고정제’로 바꿨는데, 이 가운데 조각 전공자는 6명뿐이고 그나마 특정 대학 출신에 쏠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홍 공동위원장도 “미술이 아니라 조경이나 건축 분야 위원들까지 심사에 참가하는데, 이들로 하여금 예술성까지 평가하게 하는 건 잘못”이라 말했다. 문제는 조각가 비리가 아니라 엉터리 심사과정이고, 그 때문에 좋은 작품보다 남의 것을 적당히 베낀 업체 측 조형물이 채택되는 게 문제라는 항변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술계는 ‘선택적 기금제’까지 의심하고 있다. 공공미술품을 설치하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에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엔 이 돈을 해당 지역 시ㆍ도지사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도 마련됐다. 김정희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은 “이상한 조형물을 내세워 공공조형물 전체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작품 설치를 자꾸 부결시켜 기금으로 전환된 돈을 지자체장이 쓰려는 것 아니냐”며 “개정안 통과 등을 막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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