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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경매 2억 작가, 애덤 팬들턴의 물음 “BUT NOW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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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경매 2억 작가, 애덤 팬들턴의 물음 “BUT NOW WE…”

입력
2019.12.0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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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점으로 구성 초대형 작품 들고 서울서 아시아 첫 개인전 

 28세에 미국 페이스갤러리 전속 작가 계약… 최연소 기록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에서 열리는 애덤 팬들턴의 개인전 ‘디즈 엘레멘츠 오브 미(These Elements of Meㆍ나를 이루는 것들)’ 전경. 페이스갤러리 제공(Installation view of Adam Pendleton: These Elements of Me, Pace Gallery, Seoul, 2019. ⓒAdam Pendleton,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by Sangtae Kim)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에서 열리는 애덤 팬들턴의 개인전 ‘디즈 엘레멘츠 오브 미(These Elements of Meㆍ나를 이루는 것들)’ 전경. 페이스갤러리 제공(Installation view of Adam Pendleton: These Elements of Me, Pace Gallery, Seoul, 2019. ⓒAdam Pendleton,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by Sangtae Kim)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회화 한 점이 22만5,000달러(약 2억6,500만원)에 팔린 작가. 2012년 미국 페이스 갤러리 역사상 28세라는 최연소의 나이에 전속 계약을 한 작가. 회화와 퍼포먼스, 설치에 문학까지 섭렵한 아티스트. 뉴욕 현대미술관, 카네기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 작품이 소장된 작가.

바로 애덤 팬들턴(Adam Pandletonㆍ35)이다. 팬들턴이 초대형 작품을 들고 한국에 왔다. 46점이 한 작품이다. 아시아에선 최초 여는 개인전에, 이제까지 내놓은 작품 중 최대 규모다. 팬들턴은 ‘블랙다다(Black Dada)’라는 작가만의 개념을 만들어 작품에 녹이는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블랙은 모든 것이기도,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그 무언가를 상징한다. 흑인이라는 작가의 정체성도 담겨있다. 다다(Dada)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반문명, 반합리적인 예술운동을 뜻한다. 다다이즘을 제창한 시인 트리스탕 차라는 앞에 사전을 놓고 펜나이프를 아무데나 집어넣어 나온 음성어를 명칭으로 정했다고 한다. 별 뜻이 없다는 거다.

 ◇“블랙다다는 질문… 나도 정의 불가능”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에서 만난 애덤 팬들턴. 페이스갤러리 제공 (ⓒAdam Pendleton,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by Sangtae Kim)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에서 만난 애덤 팬들턴. 페이스갤러리 제공 (ⓒAdam Pendleton,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by Sangtae Kim)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에서 만난 팬들턴 역시 블랙다다를 두고 “2008년 내가 만들었지만 정의가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블랙다다를 작품으로 말하는 작업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이다. 그는 “나 자신에게도 ‘블랙다다란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물으면서 작품에 임한다”며 “개념이라기 보다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의 116㎡(35평) 규모 전시실 4개 벽면을 가득 채운 그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팬들턴은 미리 서울지점에 전시실의 도면을 요청해 벽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크기로 작품을 재단해 만들었다. 가로 79.7㎝, 세로 102.6㎝ 크기의 작품 46점을 2층으로 둘러 배열했다. 그림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게 조정한 결과다.

작품의 색채도 모두 흑백. 거기에 같은 크기의 작품들이 도열해 있으니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캔버스가 아닌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마일러 필름(Mylar Film) 위에 실크스크린을 했다. “BUT NOW I AM(그러나 나는)”, “BUT NOW WE(그러나 우리는)”, “WHAT IS THE BLACK (DADAㆍ블랙다다는 무엇인가)” 같은 단문을 거칠면서도 명확하게 썼다. 아프리카의 전통 가면이나 상징물, 세모, 네모 같은 도형도 마일러 위를 채운다.

팬들턴은 작품 속 짧은 문장들을 두고 “개인과 집단의 영역을 동시에 탐구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I는 개인에 의미를 두지만, WE는 관람객과 작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작품에 아프리카의 가면 같은 문양을 등장시킨 이유도 흥미롭다. “아프리카뿐 아니라 모든 문화권에서 가면이라는 건 다른 누군가로 정체성을 바꿔주잖아요. 그런 특성이 신비하고 시적이라고 느꼈어요.”

‘WHAT IS THE BLAK’이란 문구엔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를 담은 줄 알았는데 “끝에 ‘DADA’가 잘렸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작업할 때 나도 궁금한 걸 대중에게 질문으로 던지는 거죠. 작품에 담긴 문장이나 그림, 구성은 모두 미학적, 철학적 요소를 두루 고려한 결과예요.” 46점으로 이뤄진 이 초대형 작품의 이름은 ‘디즈 엘레멘츠 오브 미(These Elements of Meㆍ나를 이루는 것들)’이다.

 ◇NYT “흑인의 삶 위해 깃발 꽂은 미술가” 

애덤 팬들턴이 아시아에서 여는 첫 개인전인 ‘디즈 엘레멘츠 오브 미(These Elements of Meㆍ나를 이루는 것들)’. 팬들턴은 갤러리의 도면에 따라 작품의 크기를 계산해 제작해 꽉 차게 배열했다. 페이스갤러리 제공(Installation view of Adam Pendleton: These Elements of Me, Pace Gallery, Seoul, 2019 ⓒAdam Pendleton, courtesy Pace Gallery Photo
애덤 팬들턴이 아시아에서 여는 첫 개인전인 ‘디즈 엘레멘츠 오브 미(These Elements of Meㆍ나를 이루는 것들)’. 팬들턴은 갤러리의 도면에 따라 작품의 크기를 계산해 제작해 꽉 차게 배열했다. 페이스갤러리 제공(Installation view of Adam Pendleton: These Elements of Me, Pace Gallery, Seoul, 2019 ⓒAdam Pendleton, courtesy Pace Gallery Photo

팬들턴의 일련의 작업엔 미국의 흑인 문제가 비판적으로 녹아있다고 페이스갤러리는 설명한다. 이영주 서울지점 선임 디렉터는 “팬들턴은 흑인으로서 메시지가 극명한 작가”라며 “이번 작품은 그간 해온 작업을 집대성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2012년 백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무장하지 않은 흑인 소년이 사망한 트레이본 마틴 사건에 항의하는 전시를 하기도 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 ‘블랙다다 깃발’을 만든 계기가 된 거다. 그는 깃발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5월 팬들턴을 가리켜 “흑인의 삶을 위해 깃발을 꽂은 젊은 미술가”라고 표현했다.

이 유별난 예술가는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운 경험이 없다. 고등학교를 2년 일찍 졸업한 뒤 이탈리아에서 예술공간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2년 수학했지만 미술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게 페이스갤러리의 설명이다. 이후 팬들턴은 열여덟 살의 나이에 뉴욕으로 옮겨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가인 솔 르윗의 갤러리에 찾아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고 말하는 당돌함도 지녔다. 그의 작품을 본 솔 르윗이 자신의 것과 교환하자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니까 그 유명한 솔 르윗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첫 컬렉터라는 얘기다.

팬들턴은 확장을 꿈꾸고 있는 듯했다. 그는 “정체성은 유한하거나 정체돼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양한 요소로 모두가 공감하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열린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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