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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화문 월대를 어찌할 것인가

입력
2019.09.0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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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경 광화문과 월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1890년경 광화문과 월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새삼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몇몇 시민단체들이 소통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사업의 협력주체인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광화문 월대를 꼭 복원해야 하는가 하는 각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문이다. 오히려 ‘광화문 재구조화’를 왜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공감과 동의를 얻는 과정이야말로 사업 추진의 가장 명료한 근거가 된다.

그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떠오른 대답은 ‘역사성의 회복’이다. 모든 공간은 자연에서 시작해 길이 생기고 인공 건조물이 들어서면서 특유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 공간 안에 삶이 들어서고 문화가 축적되면서 공간은 역사를 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간의 역사성이다.

광화문 앞 공간 역시 600년 넘는 역사의 나이테를 두르고 있다. 조선왕조가 한양에 새 수도를 건설하면서 백악을 등지고 서편의 백운동천, 동편의 삼청동천이 경계를 그어주는 이 자리에 첫 궁궐 경복궁을 지었다. 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국가의 중추적인 관청을 배치하면서 광화문 앞 공간은 조선 전체의 중심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광화문이라고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의 시간, 해방 이후의 혼란의 시기를 피해갈 순 없었다. 1968년에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다시 지어지긴 했으나 경복궁의 정문이 아닌 중앙청의 정문이 됐다. 정부청사 및 중앙부처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미 대사관, 사기업의 사옥 빌딩들이 들어선 광화문 앞 공간에서 국가상징거리다운 질서나 통일성은 찾기 힘들어졌다.

10년 전 조성된 광화문광장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세종로 안에 광장을 조성하고 광화문도 복원했다. 그러나 그렇게 태어난 광장은 기능, 경관의 문제를 차치하고도 역사성이라는 관점에서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절이었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넓은 차도는 사람들의 보행을 가로막는 깊은 강이요 늪이 됐다. 동선이 끊기면 생각도 끊긴다. 단절된 공간에서 조선과 대한제국, 그 맥을 끊고 짓밟은 일제의 식민지배, 해방 후 혼란까지 우리 역사의 맥락과 가치를 헤아리기 어렵다.

이 역사성을 살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 공간을 옛 조선왕조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마땅한가? 두 가지 다 그럴 수도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이미 주변에는 수십층 고층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개발의 압력 속에서 이 공간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적극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단절이 문제의 원인을 만들었으니 문제의 답은 연결에서 찾아야 한다. 역사를 연결하고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을, 경복궁 광화문과 그 앞 공간을 잇는 일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월대(越臺, 月臺) 복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광화문 월대는 단순한 출입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는 소통의 접점이었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광화문 월대를 제 모습으로 복원, 광화문광장과 연결할 때 비로소 역사의 맥락이 이어지고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으로서 제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런데 광화문 월대를 복원하자면 사직로를 막아야 한다. 한양도성 안의 교통 소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단히 어렵고 큰일이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의견차도 여기서 시작됐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맞고 틀림의 문제도 아니다. 월대 복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서 역사성을 말하기가 옹색해지고, 역사성을 빼면, 왜 하느냐는 질문의 답이 궁색해진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협력적 논의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이 단순한 구호로 그치지 않도록,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또 하나의 개발사업이나 토목공사가 아닌 역사문화도시로 발돋움 하는 중요한 출발이 될 수 있도록 대결적 논쟁을 넘어선 통 큰 논의로 최선의 선택을 하길 바란다.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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