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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환수와 문화 분권 정신

입력
2019.07.09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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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중앙집권에서 자치분권의 문화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문화비전2030 정책방향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정책 비전과 수립 과정은 ‘개방형ㆍ진행형’이어야 한다고 천명된 바 있다. 그러나 국보급 가치를 지닌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환수 과정에 나타난 국립중앙박물관의 태도를 보면 중앙은 여전히, 매우 중앙집권적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국외소재)문화유산의 환수과정은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고 협의하는 균형적 거버넌스 체계구축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월 17일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이하 백제불상)의 귀환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충남광역지자체가 이러한 입장을 표방하게 된 배경에는 중앙박물관의 우월적 폐쇄성이 한 몫을 했다. 5월 13일 국회에서 백제불상 환수를 위한 문화재청, 중앙박물관, 충남도의회, 부여군의회 및 문화유산환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백제불상의 국가예산을 배정받은 중앙박물관 관계자가 비협력이며 독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알려졌다. 이에 충남도의회 의원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백제불상의 환수를 촉구함과 동시에 국립박물관의 관료적 태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게 되었다. 중앙박물관은 환수해야 하는 “여러 물건 중의 하나”라는 태도와 이미 내부에서 환수 가격을 정했기 때문에 “불상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백제불상의 가격을 올릴까봐) 더 이상 (중앙박물관 외부인과는) 공개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질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1907년 부여 규암리에서 출토되어 일본으로 넘어갔던 불상은 7세기 백제미술의 최고의 걸작이고 백제 미소의 완성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학계나 지역민들은 꼭 되찾아야 할 유산으로 평가하고 충남도 및 부여군 그리고 지역민들이 발 벗고 나선 상태이다. 그럼에도 중앙박물관은 자기들이 정한 입장을 벗어나서는 백제불상 환수를 위해 더 이상 누구와도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제식민지시대에서부터 우리 문화재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인지 중앙박물관은 문화 분권의 시대적 흐름에 뒤쳐져도 한참 뒤쳐져서 역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화 분권은 문화의 주요 기능 및 권한을 단순히 중앙에서 지방으로 부분적으로 이양을 하는 것에 있지 않다. 2030년으로 향해 가는 자치분권 문화 시대에 중앙은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이 추진하는 문화 사업에 대해 후원하고 지원하는 후원자와 촉진자의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중앙이 이러한 방향으로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균형발전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은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환수를 염원하고 갈망하는 지자체와 협조하고 협력할 수 있는 논의 체계를 구축하고 이의 환수를 협력적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백제불상은 온 국민이 향유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임과 동시에 지리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더 가깝게는 충남과 부여가 낳은 지역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문화진흥과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기관들은 지역민들의 눈부처가 되어 역지사지하여 지방과 평등하게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는 문화 분권 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조의연 동국대 교수ㆍ국가 균형발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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