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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건너지 못한 강... ‘멕시코판 쿠르디’에 전세계 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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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건너지 못한 강... ‘멕시코판 쿠르디’에 전세계 숙연

입력
2019.06.26 13:32
수정
2019.06.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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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 이민 정책 회의론 커질 듯

24일 월요일 멕시코 접경지역인 마타모로스의 강에서 엘살바도르 국적인 여자아이 발레리아와 그의 아버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AP 연합뉴스
24일 월요일 멕시코 접경지역인 마타모로스의 강에서 엘살바도르 국적인 여자아이 발레리아와 그의 아버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AP 연합뉴스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멕시코는 물론 전세계의 가슴을 아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적의 두 살 여자 아이 발레리아가 지난 24일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인 마타모로스의 강에서 아버지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1㎞ 떨어진 지점으로 이들 부녀는 텍사스주로 불법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다 끝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사진 속 발레리아와 아버지 시신은 모두 강 기슭에 엎드려 있는 상태다. 아버지 등에 업혀 있었던 듯 라미레스는 셔츠 속 아버지 품에 안겨 있었고, 팔로 아버지 목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멕시코 언론들은 이날 발레리아의 사진을 일제히 게재했다. 고단한 삶을 이기지 못해 불법 이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처참한 상황이 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다는 취지였다.

이번 사진은 특히 시리아 난민 정책에 경종에 울린 ‘쿠르디 사진’을 연상시키고 있다.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익사한 채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온 세 살 남자 아이 에이란 쿠르디 사진은 당시 전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유럽의 반 이민 정서에 적잖은 회의감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애도를 표했고, 반 난민 정책을 폈던 일부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발레리아 부녀 사진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달 만해도 12일 인도 출신 6살 여아가 애리조나주 루크빌 사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3일에는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과 영유아 3명이 리오그란데 강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국경지대 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적 대선 공약이었던 반 이민 정책을 당장 뒤집을 가능성은 낮지만 멕시코 국경의 비인도적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은 더욱 비등해질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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