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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700억대 상장사 탈탈 털어 껍데기만 남긴 기업사냥꾼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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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700억대 상장사 탈탈 털어 껍데기만 남긴 기업사냥꾼 덜미

입력
2019.06.26 12:00
수정
2019.06.26 19:3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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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홍인택 기자
서울남부지검. 홍인택 기자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해 연매출 700억원대를 기록했던 중견기업을 불과 1년 만에 코스닥 상장폐지 회사로 만든 기업 사냥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코스닥에 상장된 A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46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A사 양모(50) 전 회장, 한모(49) 전 부회장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을 도운 이모(49)씨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인 양 전 회장 등은 2017년 여름 583억원의 자금을 동원, A사 지분 42.98%를 사들였다. 이 돈은 양 전 회장의 돈이 아니었다.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272억원으로 주식을 산 뒤, 이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311억원을 대출받아 이 돈으로 다시 주식을 사는 방식을 썼다. 양 전 회장 등이 이런 무리수를 써가며 A사를 인수한 것은 A사를 건실하게 운영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양 전 회장 등은 기업 사냥꾼 행세를 하다 이미 세 차례 실형을 살기도 했고, 한 전 부회장도 전과가 있었다.

양씨와 한씨 일당의 ‘기업사냥’ 개요. 서울남부지검 제공
양씨와 한씨 일당의 ‘기업사냥’ 개요. 서울남부지검 제공

A사 인수에 성공한 양 전 회장 등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수소기술 개발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다른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고, 인수한 기업 자금을 빼내 대기업의 자회사 하나를 다시 인수하는 등 가지를 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인수한 다른 회사에다 A사 자금 201억원을 빼다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지배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양 전 회장 등은 이런 방식으로 순식간에 코스닥 상장사 4곳과 비상장사 1곳을 인수했지만, 여기에 들어간 자기 돈은 ‘0원’이었다.

양 전 회장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 자금을 빼내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인수한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A사는 2016년 연매출 775억원, 순이익 55억원을 기록한 탄탄한 회사였다. 이 덕에 2017년 7월에는 코스닥에도 상장됐다. 하지만 양 전 회장이 인수한 직후인 2017년 4분기에만 17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위기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혔던 A사의 주가가 떨어지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소경제 관련 원천기술로 곧 고감도 수소감지센서를 출시할 것’이란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A사 경영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11월 코스닥은 A사에 대한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A사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올해까지 1년 동안 개선기한을 부여받긴 했지만 탄탄한 중견기업의 처참한 몰락이었다. 물론 A사 이외 다른 기업들도 코스닥에서 거래 정지되거나 누적 순손실이 350억원에 이르는 등 탈탈 털렸다.

한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중국 밀항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밀항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건네고 경남 거제에서 중국 산둥성으로 넘어가는 배를 타고 가다 전남 신안에서 해경에게 붙잡혔다. 한 전 부회장에게는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인력과 자본도 없이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이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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