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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흥망 좌우하는 CSR '착해야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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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흥망 좌우하는 CSR '착해야 살아 남는다'

입력
2019.06.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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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경영활동을 통해 재화 혹은 서비스를 생산·제공해 이윤을 추구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이는 영리조직으로서 기업의 본질적 목적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 확대와 경제성장에 이바지함으로써 경제적 책임을 다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고 있다. 책임(Responsibility)이란 단어 때문인지 혹자는 이를 의무나 또 하나의 규제로 인식하곤 한다. 또 일부에서는 기업의 비용 지출 요소 혹은 자선활동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국제표준화기구는 2010년 11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이란 '조직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직이 투명하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또 사회적 책임에는 책임성과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의 이익 존중, 법규 준수, 국제 행동 규범, 인권 등 7개의 원칙이 있다고 규정했다. 즉 CSR이란 그 어떤 의무나 규제가 아니며 기업 입장에서 시혜 차원으로 베푸는 후원이나 봉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 정도로 이해해선 곤란한 것이다.

CSR의 정의나 개념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들 의견과 견해의 공통점은 기업이 경제적 책임을 넘어 또 주주와의 관계를 넘어 종업원과 협력사, 경쟁업체, 지역사회, 정부, 국제사회까지 폭넓은 관계를 고민하고 보다 확대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삐끗하면 나락, 진정성 담으면 대박

비록 의무는 아닐지라도 말 그대로 '책임'으로서 이에 미숙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이 저하되고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시대가 왔다.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거래처나 종업원에 대한 '갑질'이나 부당한 인사관리로, 환경오염이나 불공정 무역과 같은 전 세계적 이슈에 둔감해서 한순간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사례가 수두룩하다.

소비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기업들을 지켜보고 있다. SNS의 발달과 함께 이들의 눈은 더욱 매서워졌고 그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사회적 문제나 환경 문제를 야기하거나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마저 미흡하면 기업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순식간에 금이 가고 사업 기반을 잃게 된다.

소비자들은 나쁜 기업을 솎아내기도 하지만 착한 기업을 키워주기도 한다. 정보분석기업인 닐슨은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는가?'라는 내용의 설문을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변한 응답자의 비율(전 세계 평균)이 2014년에 이미 55%에 달했고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1%p가 늘어 66%를 기록했다. 이쯤이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것이 곧 이윤 추구라는 본질적 목적에도 부합하는 듯하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의류업체인 파타고니아는 지구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기업이다. 생산·판매하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회사의 비전이다. 파타고니아는 원단의 생산과 물류 입고 단계까지 어떤 오염과 쓰레기가 생기는지,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쓰이는지 등이 기록된 보고서를 웹사이트를 통해 매년 공개한다. 의류 생산·가공·유통 과정에서의 환경지수를 측정해 발표하는 '지속가능한의류연합'과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지구를 위한 1%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실제로 전 세계 각 지사가 적자를 봐도 1% 기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는 과생산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는다는 취지로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하는가 하면 낡은 옷을 고쳐 입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중고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기업의 본질적 목적인 이윤 추구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들이지만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매년 상승했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옷을 사지 말아 달라'는 메세지가 이슈 몰이용 상술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호소임을 이 기업의 평소 행보로 잘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열성적이며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어준 덕분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화장품

화장품은 미(美)를 추구하는 제품이다. 이를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에도 적극 나서주길 바라는 건 소비자의 당연한 기대일 수 있다. 물론 화장품 또한 여느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능과 품질이 구매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여성이 주고객인 대표적인 감성 소비재로서 디자인적인 요소와 함께 브랜드 평판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품질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는 경쟁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호감 가고 신뢰받는 브랜드는 단시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런저런 요령이나 수단을 동원한들 소비자는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다.

화장품업계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묵묵히 이행한 결과, 매출이 오르고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 역시 파타고니아의 사례처럼 진정성과 꾸준함이 담보된 댓가다.

더바디샵은 동물실험 반대, 커뮤니티 트레이드 지원, 자아 존중 고취, 인권 보호, 지구 보호라는 5가지 이념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실천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를 위해 일하는 단체와 개인을 알린다는 취지의 '인권상'을 제정·시상하는가 하면,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금지시키기 위한 활동을 끈질기고 치열하게 펼쳐왔다.

모든 매장에 에너지 효율을 높인 간판 및 조명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고 설립 때부터 포장 용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이같은 활동과 더불어 더바디샵은 현재 전 세계 63개국 2,9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혹은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를 꼽는 조사에서 매번 최상위권을 점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러쉬 또한 윤리적 철학을 담은 열정적인 캠페인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러쉬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제조자의 얼굴 캐리커처 스티커를 제품에 붙여 판매하고 있다. 신선하고 안전한 원재료를 확보해 동물실험을 거치지않고 최소한의 포장과 보존제만을 사용해 직접 손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도 지켜가고 있다.

마스크나 보습제를 담는 용기인 블랙팟은 100% 분해되는 무독성 물질인데 고객이 이 용기를 반환하면 사은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반짝거리는 성질로 화장품에 빈번히 배합되는 원료인 천연 운모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깊고 좁은 동굴에서 이뤄지는 운모 채굴에 어린아이들이 동원되는 데다 원료 공급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러쉬의 유난한 윤리 경영은 소비자들의 큰 지지를 받게 됐고 현재 전 세계 50여 국가에 진출해 1000여 매장을 운영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화장품 기업의 새로운 생존 요건

CSR은 더 많은 매출을 위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혹은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다. CSR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면 당장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다. 소비자 접점이 넓은 데다 걸핏하면 유해 화학물질 논란이 벌어지고 동물실험 이슈가 불거지며 본사와 대리점 혹은 가맹점과의 갈등이 상존하는 화장품업계는 CSR 리스크가 특히 큰 편에 속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의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거래에 있어 상대의 투명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글로벌 1위 화장품기업으로 꼽히는 로레알의 경우, 거래처 선정 시 CSR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자사뿐 아니라 원재료나 부자재 공급업체들도 제3의 기관으로부터 CSR 관련 활동에 대한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텃밭인 중국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국무원 직속 중국사회과학원을 통해 국유기업, 민간기업, 외자기업의 CSR 성과를 평가해 공개하고 있다. 중국에 버금가는 시장잠재력을 지닌 곳으로 우리 기업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는 2014년 회사법 개정을 통해 아예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의무화했다.

모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제품과 브랜드가 가진 신념과 철학을 응원하고 독려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단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환경과 윤리, 사회문제에 귀 기울이고 이와 관련한 제품과 캠페인을 기획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각양각색 사회공헌으로 소비자와 소통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물 부족 국가에 '착한 물'을 나누는 사회공헌 활동인 '리필 미(Refill Me)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친환경 소재의 리필미 보틀을 사용, 나를 생기 있게 채우는 것은 물론 환경까지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리필 미 보틀은 라네즈 제품 구매시 한정 수량 증정하며 판매 수익금 일부는 국제구호개발 NGO 팀앤팀을 통해 아프리카 케냐 지역 내 수도 설치 및 보건 위생 사업 지원에 사용된다.

LG생활건강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아프리카 남수단 지역주민의 자립을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1년부터 사단법인 희망고 재단과 함께 '더페이스샵 희망고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것.

주민들에게 망고나무 묘목을 제공, 식량과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으며 어른들의 직업 교육 및 아이들의 학업을 위한 복합교육문화센터인 '희망고 빌리지' 건립도 지원했다. 또 어린이들의 지속적인 교육을 위한 '희망고 초등학교'를 세워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했다.

디에프에스컴퍼니의 스킨케어 브랜드 하루하루원더는 새로 출시한 '블랙라이스 히알루로닉 토너'와 '블랙 뱀부 미스트 소용량' 제품 포장재에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재생 종이를 사용했다. FSC는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 NGO 단체 명칭이다. FSC 인증마크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산림으로부터 생산된 재료로 만든 제품에만 부여된다.

하루하루원더는 이미 출시한 품목들의 포장재도 순차적으로 FSC인증 종이와 소이잉크를 사용한 소재로 바꾸고 환경 및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라이프스타일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클린뷰티 브랜드를 표방하는 스킨그래머도 제품의 성분과 포장, 부자재에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제품 포장과 부자재에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를 사용함은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비닐 테이프와 비닐 에어캡 대신 종이테이프와 친환경 종이 완충제인 지아미(geami)를 사용해 배송한다. 나아가 모든 제품을 세포라 매장의 클린뷰티 기준인 '클린 앳 세포라'에 부합하는 성분만으로 만들었다.

시오리스 또한 자연 본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 정직하게 전달한다는 브랜드 철학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에 석유 화학성분을 철저히 배제하고 국내산 제철 원료를 사용했다. 단상자는 비닐 코팅을 하지 않은 무염소 표백 펄프 소재로, 용기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쇼핑백은 100% 재생 펄프 소재로 만들었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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