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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언제까지

입력
2019.06.24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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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이 6개월만 한국에 체류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니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해외에 나가면 유학생 보험 등을 모두 자비로 충당하고도 혜택을 보려면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병만 치료하고 ‘먹튀’하는 외국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 나는 건 아닌가요?”

최근 만난 지인의 말이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는 외국인이 부쩍 눈에 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일 정도로 많아진 탓도 있지만 치료비를 많으면 95%까지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63%로 세계 최고다. 선진국인 미국도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다.

2008년부터 외국인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정부는 그 해 12월 국무회의에서 3개월 이상(지난해부터 6개월 이상)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주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의결했다. 이 같은 인도적인 조치로 외국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건강보험 가입 후 혜택만 받고 출국하는 얌체 외국인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한 뒤 치료를 받은 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떠난 외국인이 10만4,000여명이나 된다. 심지어 보험료 30만원만 내고 800배가 넘는 2억5,000만원의 혜택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도 있다. 외국인을 위한 느슨한 건강보험 가입 규정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어떻게 될지는 불문가지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2013년 987억원에서 2017년 2,051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게다가 건강보험증을 도용하는 외국인의 불법 행위도 연간 2만건에 달한다. “차라리 외국에서 살다가 아플 때에만 입국하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외국인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것과 관련,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대다수가 해외동포인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재정 적자로 거론되는 2,000억여원도 전체 건강보험 재정 지출(2017년 55조5,000억원)의 0.3%에 불과하다”고 했다.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낸 외국인에게 박절하게 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다행히 최근 보건당국도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특혜’라는 볼멘소리를 사그라뜨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 달 16일부터 6개월 이상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모두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월 11만3,050원(장기요양보험료 포함)의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이 조치로 40만명의 외국인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편입돼 연 3,000억원 이상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규정을 국내 체류 1년 이상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건강보험료조차 내기 어려운 가난한 외국인에게는 보험료 감면 등 약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된지 올해로 30주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3.9%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공정한 부과체계 개편’을 주문하는 의견도 23.2%나 됐다. 7년 연속 흑자였던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3조2,571억원(요양보험 제외)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6.46%인 건강보험 보험료율을 2022년까지 매년 3.49%씩 올린다고 했지만 그래도 2026년이면 20조5,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동날 것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밝혔다. ‘인류애적 관점’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보건당국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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