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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K팝을 상품화한 키클롭스

입력
2019.06.20 15:49
수정
2019.06.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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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배인식 키클롭스 대표 “170개국에서 70만명 이용하는 스밍 개발”

※한국일보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세상의 변화를 꾀하는 스타트업 CEO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달라질 우리의 삶을 짚어 봅니다.

2016년 설립된 키클롭스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들이 지난해 개발한 ‘스밍’(SMING)은 K팝팬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자 좋아하는 스타를 주제로 실시간 개인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명인 스밍은 ‘스트리밍한다’의 줄임말로 영어인데도 정작 영어권 사람들은 모르고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우리말 아닌 우리말이다.

키클롭스가 개발한 실시간 개인 인터넷 방송 서비스 '스밍'.
키클롭스가 개발한 실시간 개인 인터넷 방송 서비스 '스밍'.

K팝 스타가 아닌 팬들이 주체가 돼서 방송을 진행하는 점이 스밍의 차별화 포인트다. 19일 만난 배인식(51) 키클롭스 대표는 “한국과 달리 해외 K팝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놀이터가 없다”며 “인터넷을 이용해 전세계 K팝 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해주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스밍은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170개국에서 7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이용자의 대부분은 해외에 있다. 배 대표는 “이용자 구성이 남미 40%, 북미 20%, 유럽 20%, 한국과 아시아가 20% 정도 된다”고 밝혔다.

스밍이 이처럼 단기간에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K팝 관련 각종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해결과 안정적인 영상 서비스에 있다. 이를 위해 키클롭스는 국내 주요 저작권 단체와 정식 계약을 맺고 K팝 스타의 음악 및 영상, 방송 콘텐츠를 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스밍 이용자들은 각각 개설한 인터넷 방송 채널에서 좋아하는 K팝 스타의 음악과 뮤직비디오, 국내 방송을 편집한 영상(클립)을 부담 없이 재생하면서 다양한 언어로 수다를 떤다.

또 안정적 서비스를 위해 한국과 유럽, 미주 등 3개 대륙에 서버를 마련했다. 관련 비용은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를 받아 마련했다. 소프트뱅크는 사업 초기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고 키클롭스에 투자했다.

재미있는 것은 스밍에서 만큼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가장 인기 언어라는 점이다. 배 대표는 “해외 K팝 팬들 대부분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며 간단한 우리말과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스밍에서 우리말을 하거나 한글을 입력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배인식 키클롭스 대표는 "1년간 준비해 K팝 팬들의 놀이터인 스밍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오프라인 공간인 스밍 카페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클롭스 제공
배인식 키클롭스 대표는 "1년간 준비해 K팝 팬들의 놀이터인 스밍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오프라인 공간인 스밍 카페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클롭스 제공

배 대표가 스밍을 구상한 것은 그의 경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벤처 1세대인 그는 국내 PC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사용하는 동영상 재생기 ‘곰플레이어’를 개발한 스타 CEO(최고경영자)다. 국민대 금속공학과 시절 전국의 대학생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인 전국대학 컴퓨터연합서클(유니코사ㆍUNICOSA) 회장을 지낸 뒤 199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 소프트웨어멤버십’을 만들었다. 삼성 소프트웨어멤버십은 벤처 CEO들과 개발자들을 줄줄이 배출한 국내 소프트웨어의 산실이다. 덕분에 그는 당시 삼성그룹의 전략기획실로 발령이 나서 소프트웨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맡았으나 1999년에 뛰쳐나와 벤처기업 지오인터랙티브와 그래텍을 잇따라 차렸다.

그래택 시절 배 대표가 2003년에 개발한 곰플레이어는 240개국에서 1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소프트웨어 한류를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후 그는 인터넷TV인 ‘곰티비’ 서비스도 실시하며 승승장구했으나 2013년 돌연 은퇴했다. 당시 그는 “오너 1인에 의존하는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정했고 국민대 창업지원단에서 객원교수로 일하며 창업을 꿈꾸는 수 많은 청년들에게 멘토 역할을 했다.

물러난 지 3년 만에 다시 스타트업을 차린 이유는 달라진 환경에서 청년들과 경쟁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의 경험만 갖고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거와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사업을 하는 청년들과 공평한 아이디어 싸움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날로 확대되는 K팝 시장에 힘입어 스밍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전세계 K팝 팬들이 1억명이 넘는 만큼 스밍 이용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키클롭스가 서울 성수동에 K팝 팬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 스밍 카페 겸 스튜디오. 최연진기자
키클롭스가 서울 성수동에 K팝 팬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 스밍 카페 겸 스튜디오. 최연진기자

그래서 그는 스밍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 성수동에 K팝 팬들이 전시회를 열거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스밍 카페 겸 스튜디오도 개설했다. 벌써 수 많은 K팝 팬들이 스밍 카페를 빌려 사진전 등을 열었고 조만간 아이돌들도 직접 스튜디오를 방문해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배 대표는 스밍 카페를 해외에도 개설할 계획이다. 그는 “스밍 카페를 음반 대여로 시작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한 일본의 츠타야처럼 K팝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라며 “미국 유럽 등에도 지점을 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서비스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키클롭스는 다음달에 대대적으로 스밍 서비스를 개편한다. 배 대표는 “이용자들이 K팝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퀴즈 기능 등 서비스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지금은 휴대폰으로만 스밍을 이용할 수 있지만 8월 이후 컴퓨터(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은 이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고 각종 K팝 상품들을 기획하거나 공연도 벌여서 올릴 예정이다. 배 대표는 “K팝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됐을때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지금은 직원 30명의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내년에는 회사 규모가 커지고 주목할 만큼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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