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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면서 ‘진앙’ 강남 들쑤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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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면서 ‘진앙’ 강남 들쑤시는 정부

입력
2019.06.2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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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복합환승센터ㆍ현대차 신사옥 등 삼성동 개발호재 릴레이 

 3기 신도시 강남 대체지 없어… 강남 아파트값 34주 만에 상승 

서울ㆍ강남구 주간 아파트값 변동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ㆍ강남구 주간 아파트값 변동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서울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하는 정부가 정작 전국 집값 상승의 ‘진앙’인 서울 강남에 최근 잇따라 대형 개발호재를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잠잠해진 부동산 시장을 직접 들쑤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10일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지하 공간을 통으로 개발하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을 승인했다. 바로 인근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허가도 마무리 단계다. 여기에 5곳의 3기 신도시 후보지 가운데, 강남권 주택수요를 흡수할 부지는 사실상 없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정부 부동산 대책이 유독 강남만 피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강남 개발 호재를 허가할 시점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잇단 개발 호재에 강남 집값 ‘들썩’ 

1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에 조성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의 관문 역할을 할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 계획안을 지난 10일 최종 승인했다.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삼성역~봉은사역 630m 구간 지하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ㆍC 노선), 도시철도(위례신사선), 지하철(2ㆍ9호선) 및 버스ㆍ택시 등 환승센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철도 통합역사 외에도 버스환승 정류장(52개 노선), 주차장 등 환승 시설과 지상 광장, 공공ㆍ상업시설 등이 조성된다. 사업비 규모만 국비 포함 약 1조3,600억원이다. 서울시는 연내 관련 지정 고시,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 개발실시계획 승인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연말께 착공, 2023년 개통할 계획이다.

복합환승센터 계획이 포함된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은 강남 집값을 언제든 띄울 수 있는 폭발력이 강한 재료로 평가된다. 인접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허가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여서 10조원 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삼성동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이 강남 땅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가 확정한 올해 강남 평균 개별 공시지가 상승률(18.74%)은 중구(20.49%)에 이어 서울에서 두번째로 높다. 국토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영동대로 통합개발계획이 강남구 땅값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이 지역이 강남지역 전체 땅값을 4%포인트 정도 올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서울 집값이 삼성동 개발호재로 들썩일 경우, 정부의 집값 안정화 기조도 덩달아 흔들릴 거란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경유 철도망. 그래픽=강준구 기자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경유 철도망. 그래픽=강준구 기자

 ◇”언젠가 개발해야겠지만 지금은…” 

실제 최근 서울과 강남권 아파트값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6월2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4주 만에 상승 전환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도 최근 매주 낙폭을 줄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이 앞으로 강남 집값 상승의 방아쇠가 되거나 적어도 가격 하락 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GTX를 통해 신도시와 강남권 왕복 시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계획은 결국 강남 집값을 더욱 뛰게 만들 거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2차례에 걸쳐 5곳의 3기 신도시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강남 집값 안정에 영향을 줄 곳은 과천(7,000가구)에 불과해 오히려 3기 신도시 발표가 강남의 가치를 더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까지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계획 최종 승인이 새 뉴스는 아니지만 국내 최대 대중교통 허브 사업이 순항할 거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주변 대치동과 잠실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도 직접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 개발사업이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시기를 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환승센터 건립으로 GTX 개발이 빨라져도 어차피 강남 집중 현상만 심해질 뿐”이라며 “언젠가는 해야 하는 사업이라도 지금이 적정 시기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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