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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내가 곧 국가다’ 외쳐야 시장만능주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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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내가 곧 국가다’ 외쳐야 시장만능주의 극복”

입력
2019.06.19 16:40
수정
2019.06.19 20:3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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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헤겔 권위자 클라우스 피베크 교수 인터뷰

독일 철학자 클라우스 피베크 예나대 교수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해서 시장을 제어하는 국가, 국가를 움직이는 시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한호 기자
독일 철학자 클라우스 피베크 예나대 교수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해서 시장을 제어하는 국가, 국가를 움직이는 시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한호 기자

현대 독일의 대표적 정치가였던 헬무트 슈미트(1918~2015) 전 총리는 세상을 떠나기 전 20세기 유럽의 정치가 가장 잘한 일로 ‘사회적 국가(social state)’를 설립한 점을 꼽았다. 슈미트 전 총리뿐 아니라 현대의 많은 지식인들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설 대안으로 사회적 국가를 호명하고 있다. 사회적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공동체의 이익도 챙기는 복지국가를 의미한다. 창시자는 근대 서양철학의 완성자인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이다. 헤겔 철학 연구 권위자인 클라우스 피베크 독일 예나대 교수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시장만능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헤겔이 유용한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헤겔의 ‘법철학’의 현대성을 고찰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펴냈다.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HK+사업단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헤겔은 왜 사회적 국가를 역설했나.

“헤겔이 살던 시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조금씩 부작용을 드러내던 때였다. 헤겔은 시장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자유의 개념을 존중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는 때로는 욕망과 구별되지 않았다.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이익을 침해하는 게 문제였다. 독과점, 부의 편중 등 시장은 시장의 문제를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없었다. 헤겔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사회적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가 꿈꾼 사회적 국가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현대적 의미의 복지국가를 떠올리면 쉽다. 헤겔은 시장의 자기파괴적 속성을 억제할 ‘합리적 조정자’로서의 국가를 꿈꿨다. 예를 들어 보자.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각 나라의 배와 비행기가 해상과 영공에 무수히 떠다니고 있지만 충돌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모두가 준수해야 할 규칙을 정해 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 자본의 교류에선 이 같은 규칙이 부재하다. 그러니 혼돈뿐이다. 사회적 국가는 시장도, 자본도 스스로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정치의 역할을 강조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복지국가들이 모범 사례다. 독일은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사회적 국가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증세는 불가피하다. 원칙은 하나다. 부유한 사람은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면 된다. 이 같은 합의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의도를 갖고 개별 정책을 만들어 봤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문제가 그렇다. 정책 하나하나를 추진하기 보다는 증세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먼저 갖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

-국가를 견제할 세력도 필요하지 않나.

“물론이다. 국가의 역할이 커진다고 해서 국가가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결국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국가가 권리를 억압하거나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를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한국의 촛불혁명은 좋은 예다. 국가는 시민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 안에 있는 존재다. 헤겔이 이상향으로 생각한 국가는, 특정 권력자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내가 곧 국가다’라고 외칠 수 있는 사회다. 이런 깨우침이 시장만능주의를 깨트리는 작은 균열이 될 수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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