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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美눈치에 中장비 사용 꺼려… 장기화 땐 화웨이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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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美눈치에 中장비 사용 꺼려… 장기화 땐 화웨이 ‘고사’

입력
2019.06.1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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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갈등으로 통신업체들 딜레마… “화웨이 이탈 땐 시장가격 급등” 우려도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선전=AP연합뉴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선전=AP연합뉴스

미중 무역 갈등의 일환으로 불거진 화웨이 사태가 국내 통신업계를 진퇴양난의 어려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요구처럼 화웨이 장비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학습 효과 때문에 통신업체들이 화웨이 장비 신규 도입을 꺼릴 수 있어 향후 화웨이의 국내 사업은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화웨이 장비 못 바꾼다

통신업체들은 이용자들의 휴대폰과 연결되는 기지국 중계기, 각 중계기와 중계기를 연결하는 유선 중계망 장비, 핵심(코어) 기간망 장비 등 크게 3가지 장비를 사용한다. SK텔레콤과 KT는 중계망과 기간망 장비에 화웨이 제품을, LG유플러스는 기지국에 화웨이 중계기를 사용한다.

이 가운데 휴대폰과 바로 연결되는 기지국 중계기는 쉽게 바꾸기 힘들다. 특히 4세대(G) 이동통신인 LTE 때부터 화웨이 중계기를 사용한 LG유플러스는 4G와 5G 중계기를 함께 연결한 연동형(NAS) 중계기를 사용한다. 따라서 2만여 개 기지국에 설치된 화웨이의 5G 중계기를 바꾸면 LTE 서비스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는 수 조원 규모 비용을 들여 5G 뿐 아니라 4G 통신망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의미여서 LG유플러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지다.

이는 다른 통신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중계기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SK텔레콤과 KT 가입자들이 LG유플러스 가입자들과 통화할 때 통신 두절 등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LG유플러스의 장비 문제를 알 길 없는 이용자들은 각 가입업체들의 문제로 보게 된다. 그래서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중계기를 전체 통신업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체 중계기 교체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통신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이상 화웨이의 메기 효과는 없다

통신업체들은 이번 화웨이 사태로 화웨이 제품의 추가 구매를 꺼리고 있다. 그래서 통신업계에서는 이미 국내시장의 무게 중심이 화웨이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다른 업체들에 몰릴 수 밖에 없어 장비 구입 비용이 올라간다. 과거 LTE 시절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의 기지국 중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화웨이를 입찰에 참여시킨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업체들의 장비 가격를 떨어뜨리는 효과 때문이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LTE의 중계기 입찰 때 화웨이 참여로 다른 업체들의 장비 가격이 최대 30% 떨어졌다”며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서 빠지면 더 이상 가격을 떨구는 ‘메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 계속 사용해도 문제다

기지국 중계기는 변화하는 기술 사양에 맞춰 제조사에서 내부에 들어 있는 소프트웨어(SW)를 계속 갱신(업그레이드) 해줘야 한다. 그런데 화웨이와 관계가 끊어지면 LG유플러스는 최악의 경우 중계기의 SW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만약 SW 업그레이드가 중단되면 통신 연결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SW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는 중계기는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결국 단계적으로 기지국 중계기를 바꿔야 하는데 이는 통신망 설계를 새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LG유플러스는 지속적으로 화웨이와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보기술(IT) 업계 전체로 봐도 화웨이 사태에 따른 득실 계산은 간단하지 않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외에 애플, 샤오미, 오포 등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버티고 있어 화웨이의 손실이 국내업체들의 이익으로 이어질 지 장담하기 힘들다. 그러나 화웨이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업체들은 지난해 100억달러(약 11조8,250억원) 규모의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한 만큼 관계 단절시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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