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상조사위, 밀양 송전탑 사건 조사결과 발표
“경찰 관행보다 훨씬 많은 경찰 투입, 처음부터 밀어붙이기 식 진압”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등 밀양 주민들이 2014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경찰이 2013~2014년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사업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반대 주민보다 수십 배 많은 3,2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하고 반대 농성자에겐 욕하고 조롱하는 등 인권침해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강행에 반발해 농민이 분신하자 파장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기도 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 경찰이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반대 활동을 진압할 때 조직화된 시위 군중이 아닌데도 대규모 경찰을 동원해 주민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밀어붙이기 식 진압을 펼친 게 확인된다며 경찰청장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업은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처음부터 주민들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2003년 밀양을 송전선로 경과지로 정했는데, 정작 밀양 주민들은 2년 지난 2005년에서야 이 사업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해 8월 한전이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인원은 126명이다. 이는 송전선로가 지나는 당시 5개 면의 인구 2만1,000명 가운데 0.6%에 불과한 수치다. 밀양과 청도 주민들은 뒤늦게 송전선로가 집 지붕 바로 위를 지나거나 송전탑 일부가 논 한 가운데 세워지는 걸 알고서 반대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10년 장기 투쟁의 출발점이다. 진상조사위는 “한전은 송전탑 건설사업이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에서 765㎸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장기간 농성장으로 사용하던 움막을 밀양시 공무원들이 내부를 철거하고 있다. 움막 내부에는 교대 시간과 이름이 담긴 종이 등이 보인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6시 행정대집행 영장을 주민과 반대대책위원회에 전달하고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연합뉴스 제공

주민들의 본격적인 반대운동은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한전은 반대 주민에 대응한다며 400여명에 가까운 용역 직원을 고용했는데, 이때 ‘이치우 분신 사망 사건’이 벌어졌다. 한전이 이씨 3형제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 온 논 한 가운데 송전탑을 세우려고 용역 직원을 동원해 논을 파헤쳤는데, 이에 반발한 이씨가 분신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파장을 우려해 열흘 넘게 분신 사망을 ‘단순과실로 인한 사망’으로 축소 발표했다가 이후 논란이 일자 뒤늦게 ‘ 분실자살로 추정된다’며 수정 발표했다.

공사가 재개된 2013년부터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경찰은 이를 진압한다며 대규모 경력을 동원했다. 2013년엔 3,200명의 경찰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반대 주민(200명)의 16배에 달한다. 이듬해 밀양시청이 공사 강행을 위한 행정대집행을 하자 그 해 6월 경찰은 2,1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반대 시위를 진압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불법사찰을 하고 인권침해를 일삼았다. 반대 주민에게 “입에 똥물을 퍼부어야지”라며 폭언을 하고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이 가쁘다”며 응급차를 요구한 고령자에게 “나도 숨이 가쁘다”며 조롱한 사실도 드러났다. 움막에 사람이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칼로 천막을 찢고 들어가 주민들이 농성을 위해 목에 매고 있던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어내기도 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당시 동원된 경찰 규모를 보면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관행적으로 꾸리는 규모를 훨씬 넘어선다”며 “당시 농성을 벌인 주민들이 조직화된 군중 시위대가 아닌 대부분 고령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경찰력 행사는 필요최소한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한전에 정기적인 실태조사로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경찰엔 재발방지책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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