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서울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정책연구협약식에 앞서 면담을 위해 함께 시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정치권의 내년 4월 총선준비가 과거보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여야 대선주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는 분위기다. 여권이 선제적으로 다자경쟁구도를 조성해 시너지를 내려는 총선전략이겠지만 집권중반기 차기 주자군을 육성해야 할 시점이 닥치는 것도 한몫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 주류교체’ 성패가 내년 총선에서 완결되려면 진영간 총력전에 공을 세워야 대선주자로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먼저 눈에 띤다. 친형 강제입원 등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판결 뒤 정책행보 강화로 보폭이 커졌다. 친문 지지층과 정면충돌해온 그가 법적 문제의 족쇄를 일단 벗어 던지면서 강인한 잡초근성을 재확인시켰다. 그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사석에서 “이재명 지지층이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혈지지층)와 지금은 싸워볼 만하다”고 변화된 입지를 거론하기도 한다. 본선경쟁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권력의지에 관한 한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란 지지층의 믿음은 분명해 보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선출마를 부정하면서도 가장 왕성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역설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본보 창간 65주년 여론조사(한국리서치 의뢰·7일, 10일, 11일 보도)를 보면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가 61.8%로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24.4%)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진보성향과 민주당 지지자들도 출마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과거 ‘안철수 현상’ 초기에 불출마가 바람직하다는 대중의 의견이 많았던 것과 비슷해 유 이사장의 주가는 더 올라가는 풍경이다.

이낙연 총리는 종로 출마로 총선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커지고 있다. 잠재후보군 중에선 ‘TK판 노무현’ 모델인 김부겸 의원이 ‘험지’로서 심각성이 더 커진 대구에서 살아남는다면 민주개혁진영의 첫 TK후보론이 완성될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가 대구라 우리쪽 지지층에 ‘사이다발언’을 못하는 게 흠”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국 민정수석을 활용해야 한다는 쪽에선 “대통령 뒤에 숨을 게 아니라 ‘강남좌파’ 원조답게 서초·강남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에 비해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원톱 체제여서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종로출마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물론, 진영 내에 안주하다 두 차례나 1,000만표를 얻고도 실패한 이회창 모델에 경각심이 나온다. 무엇보다 시대착오적인 ‘좌파독재’ 타령을 그치고 막말정치에 단호한 내부단속이 없는 한 박근혜 탄핵 때 이탈한 중도보수층은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야말로 탄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법무장관, 총리로서 당시 ‘문고리 3인방’이나 최순실을 척결해야 한다고 직언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대선주자군만 풍부하다고 집권당의 미래가 장밋빛이란 말은 아니다. 본보 여론조사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52.3%로 유지됐지만, 향후 지금보다 잘할 것 같은지 전망을 묻자 55.9%로 현재의 긍정평가보다 고작 3.6%포인트 높았다. 국정개선 기대감이 남아있는 것이긴 하지만, 미래를 묻는 문항치고는 기대감이 좋은 상황은 아니란 평가가 나왔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심리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탄핵 사태를 거치며 새롭게 민주당에 유입된 지지자는 이번 조사에서 2년만에 6.3%포인트가 사라졌다. 특히 내년 총선 때 가장 주목하는 정책이슈에 일자리 및 고용 문제가 꼽힌 가운데, 정작 이 분야를 잘할 것 같은 정당으로 민주당이 한국당에게 뒤졌다. 문재인 정부 핵심국정과제에 대한 믿음이 야당보다 못한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부동층은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을 밀어줄지 고민이 깊다. 김원봉 서훈논쟁 같은 소모적인 뺄셈정치 말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한 유능한 대중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박석원 정치부 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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