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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이 따뜻한 친서”… 북미 대화 새국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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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이 따뜻한 친서”… 북미 대화 새국면 맞나

입력
2019.06.12 17:52
수정
2019.06.12 18:4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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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매우 개인적인 편지” 하노이 회담 이후 첫 서신 외교

‘김정남 CIA 정보원’ 언론 보도엔 “내 체제 아래선 그런 일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대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을 대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해 북미 대화 재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월말 하노이 노딜 회담 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저강도 도발에 나섰던 북한이 ‘친서 외교’를 재가동한 것은 대화 복귀를 타진하는 방향 전환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으로선 비핵화 성과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원하는 만큼 대화 재개와 3차 정상회담 성사까지 북미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선 재선 유세를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아름다운 친서(beautiful letter)를 받았다"며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편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질의 응답 과정에서 전날 편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이 공개된 것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처음이다. 공개된 것만 일곱 번 이상인 김 위원장의 친서는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질 때마다 숨통을 틔우거나 1, 2차 정상회담 성사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해왔다. 올 1월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2차 정상회담 추진이 탄력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북미 대화의 중요한 동력인 ‘친서 카드’를 꺼낸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충격을 수습한 후 다시 미국과의 대화 수순에 나서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했던 데 비해 비교적 일찍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지속적으로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데다 북한으로서도 북미 교착 국면을 타개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4월 북ㆍ러 정상회담으로 대북 제재의 우회로 마련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친서가 6ㆍ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 1주년에 맞춰 전달됐다는 점에서 친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상기시키며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고 정상간 신뢰를 재확인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받은 친서 때문에 그와 좋은 관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매우 긍정적인 뭔가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재차 거론하면서 “그(김 위원장)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고, 이를 알게 된 김 위원장의 명령으로 살해됐다는 최근 보도와 관련해 "나는 그의 이복형에 관한 CIA 관련 정보를 봤다"며 "내 체제 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 불분명하지만 맥락상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CIA의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해석했다. ‘북한의 이복형 살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CIA 활동을 안 하겠다는 의미여서 미국 내에선 비판이 제기되지만 북한 입장에선 김정은 체제 보장에 대한 언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북한의 대미 협상팀 처형설 등 각종 사안마다 참모들과 엇박자를 내며 북한 달래기를 지속해왔다.

이처럼 북미 정상간 친서 소통 속에서 이달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어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이 19일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공개 연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상간 온기류가 3차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질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차 정상회담 계획을 묻는 질문에 “회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장이 아니라) 향후에 하고 싶다”고 말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언급과 유사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북 상황을 관리하면서 확실한 비핵화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최고재무책임자(CFO) 네트워크 행사에 참석해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에 "전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열쇠는 김정은이 갖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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