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2 북미공동성명 1주년 北 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6ㆍ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채택 1주년인 12일 북한이 선전 매체를 통해 2ㆍ28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전적으로 미국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천명했다. 북한은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미국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만 고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력을 치켜세우는 식으로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안한 것보다 못한 국제연단’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제2차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이 파탄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강변했다. 지난해 6ㆍ12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은 ‘중대하고 의미 있는 조치’를 주도적으로 취했고, 공동성명 1조에서 명시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미군 유해도 돌려보냈으며, 올해 하노이 정상회담에선 보다 진중하고 신뢰적인 조치를 취할 결심까지 피력했지만 미국은 신뢰할만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북한이 실행할 수 없는 요구에만 집착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 미국에 발신해온 ‘계산법을 바꾸기 전까지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매체는 그러면서 “조미회담과 관련해 세계가 바라는 것은 우리의 선의적이며 주동적인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이며 ‘새로운 계산법’으로 협상 재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미국의 실천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같은 날 미국을 직접 겨냥한 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제사회가 김정은 위원장의 ‘노련하고 세련된 외교술’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6ㆍ12 회담이었음을 강조하는 식으로 1주년을 맞았다. ‘조선반도(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거대한 업적을 쌓으신 걸출한 정치가’ 제하 기사엔 “파격적이고 솔직하신 발언과 대담하고 거침없는 행동, 임기응변과 유머 감각 등 예상을 뛰어넘는 탁월한 외교술로 불과 하루 동안에 수뇌회담을 세기적인 회담으로 성공시키셨다” 같은 평가가 나열돼 있다.

신문은 또 ‘위대한 김정은 동지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위력을 만방에 떨쳐가시는 만고절세의 애국자이시다’라는 제목의 별도 논설을 통해선 “그 어떤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어이 강력한 전쟁억제력을 마련하여 내 나라의 하늘을 영원히 푸르게 하려는 것이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김 위원장)의 철석의 의지”라며 “전쟁은 외교나 구걸이 아니라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써만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가 자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신문이 “진로 변경의 대가로 번영을 선사하겠다는 패권주의자들의 유혹 또한 매우 집요하였다”며 “민족 자존이 국력을 장성ㆍ강화시키는 보약이라면 남에 대한 의존은 국력을 쇠퇴ㆍ몰락시키는 사약과 같다”고 언급한 것은 체제 안전이 보장돼야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뜻을 미국에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신문은 ‘위험한 기도를 드러낸 군사적 모의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거론하며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더욱 강화하려는 범죄적 기도를 드러낸 군사적 모의판”이라고 남측에 쏘아붙이기도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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