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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열흘ㆍ하루 딱 100명…여름철만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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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열흘ㆍ하루 딱 100명…여름철만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

입력
2019.06.11 1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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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창청춘맨숀과 팔복예술공장도 한국관광공사 추천 여행지 

녹음이 가득한 제주 거문오름 용암길. 7월 20~28일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녹음이 가득한 제주 거문오름 용암길. 7월 20~28일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거문오름 용암길과 울산 회야댐 생태습지는 여름철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관광지다. 대구의 수창청춘맨숀과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은 산업시설이 관광지로 변신한 곳이다. 올여름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숨은 여행지다.

 ◇열흘만 열리는 제주 원시림, 거문오름 ‘용암길’ 

거문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분화구 터. 다른 오름과 달리 숲이 울창하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거문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분화구 터. 다른 오름과 달리 숲이 울창하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거문오름 탐방은 분화구와 9개 봉우리를 순환하는 ‘태극길’, 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가는 ‘용암길’ 두 개 코스로 운영된다. 태극길은 예약하면 언제나 갈 수 있지만, 용암길은 1년에 열흘만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해 오름 정상을 지나 상록수림, 곶자왈 지대, 벵뒤굴 입구, 알밤(알바메기)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5km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삼나무 숲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능선과 주변 오름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부터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맑은 날에도 습기를 머금은 숲이 촉촉한 원시의 기운을 뿜는다. 용암길은 대부분 곶자왈이다. 척박한 현무암 대지에 뿌리내린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 생태의 보고다.

숯가마 터와 일본군이 주둔한 갱도진지, 제주4ㆍ3의 아픈 흔적도 남아 있다. 숲을 통과해 들판을 지나면 벵뒤굴을 만난다. 제주의 용암굴 중 가장 복잡한 미로형 동굴로 비공개라 입구만 볼 수 있다. 올해 용암길은 다음달 20일부터 28일까지 개방한다. 이 기간 예약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탐방 수칙 교육을 받은 뒤 출입증을 지참하고 무료로 돌아볼 수 있다. 지층을 보호하기 위해 스틱은 허용되지 않는다.

 

 ◇1년에 한 달만 개방하는 비밀의 화원, 울산 회야댐 생태습지 

울주군의 회야댐 생태습지는 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만 개방하는 비밀의 정원이다. 1982년 회야댐 건설 후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논과 밭엔 잡초가 무성해졌다. 생태습지가 조성된 것은 2009년, 강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손길이 닿지 않은 10여년간 주변 생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회야댐 생태습지는 예쁜 물돌이동에 위치한다. 연꽃이 만발하는 7~8월에만 개방한다. 회야정수사업소 제공.
회야댐 생태습지는 예쁜 물돌이동에 위치한다. 연꽃이 만발하는 7~8월에만 개방한다. 회야정수사업소 제공.

생태습지의 비경이 알려지면서 관리 주체인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연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딱 한 달만 일반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탐방 인원은 오전과 오후 50명씩 하루 100명으로 제한한다.

탐방에는 문화해설사, 담당 공무원, 안전 요원이 각 2명씩 동행한다. 상수원 보호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에 대비한 조치다. 생태습지까지 왕복 4km를 오가며 해설사가 통천마을의 유래, 사라진 집터, 이곳에 유일하게 남은 자암서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해 세운 전망대에 오르면 녹색 정원이 한눈에 담긴다. 목재 탐방로를 걸으면 은은한 연꽃 향이 가득 번진다.

올해 회야댐 생태습지는 7월 19일부터 8월 25일까지 38일간 개방한다. 다음달 10일부터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는다. 탐방 시간은 오전 9~11시, 오후 3~5시다.

 ◇‘써니’의 추억, 전주 팔복예술공장 

1979년 전주 팔복동에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이 문을 열었다. 음악을 담을 기구를 생산했으니 ‘예술 공장’인 셈이다. 호황을 누리던 공장은 CD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고 1991년 문을 닫았다. 이후 25년간 방치됐던 공장이 지난해 ‘팔복예술공장’으로 문을 열었다.

전주 팔복예술공장 옥상의 아트박스 전시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주 팔복예술공장 옥상의 아트박스 전시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로비의 카페 ‘써니’는 1970~80년대 여공의 정서를 담았다.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썬전자’와 노동자 소식지 ‘햇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공장에서 청춘을 보낸 여성 노동자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청바지에 초록 두건 차림의 ‘써니’ 마스코트가 반긴다. 캐비닛에는 생산 일지, 근태 현황, 출근부와 카세트테이프 릴 등을 전시했다. 한때 ‘써니’였을 아주머니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린다.

2층은 전시장이다. 실제 사용했던 화장실 변기는 카세트테이프로 가득 찼다. 당시 여직원이 약 400명이었는데 여자 화장실은 네 칸뿐이었다. 벽에는 가수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노랫말이 적혀 있다. 외벽과 옥상 등 곳곳에서 숨은 그림(작품)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월요일 휴관)까지 개방하고 관람료는 없다. 카페는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연초제조창이 예술 공간으로, 대구 수창청춘맨숀 

대구예술발전소는 연초제조창을 개조한 청년 예술가들이 입주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무료 관람이지만 입구에서 티켓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연초제조창 사택을 개조한 문화예술공간 수창청춘맨숀. 한국관광공사 제공.
연초제조창 사택을 개조한 문화예술공간 수창청춘맨숀. 한국관광공사 제공.

바로 옆 ‘수창청춘맨숀’도 20년 넘게 방치돼 오던 연초제조창 사택을 개조한 시설이다. 입구인 A동 1층엔 북 카페, 아트 숍, 무인 카페가 들어섰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느 집의 거실, 안방, 화장실이었을 공간이 모두 전시실이다. 베란다에 시각예술 작품을 걸었고, 계단과 복도의 우편함, 전등 스위치도 설치미술로 꾸몄다. 이곳에서 30일까지 ‘청춘! 아팝트 Ah, popped’전이 열린다. 아파트라는 공간에 ‘톡톡 튀는(popped)’ 아이디어를 입혔다는 개념이다.

수창청춘맨숀의 대표 프로그램은 ‘수창청춘극장’이다. 청년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진행하는 실험적 프로그램으로 공연장이 따로 없다. 화장실이 무대면 거실이, 아파트 마당이 무대면 테라스가 객석이 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공연한다. 매달 넷째 토요일엔 ‘수창피크닉’이 열린다. 청년 예술가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수제 공예품을 판매하는 아트 마켓이 열린다. 북 카페에서 돗자리를 펴고 독립 영화를 즐기는 ‘돗자리영화관’도 흥미롭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과 명절 당일은 휴관이다. 관람은 무료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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