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레아니호 인양… 한국인 3구ㆍ헝가리인 선장 추정 시신 수습 
 4시간여 만에 완전히 수면 위로… 선미 갑판ㆍ중간 출입문 훼손 심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사고 2주째인 11일 오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침몰현장에서 정부합동신속대응팀과 헝가리 대테러청(TEK) 등 관계자들이 선체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선체 일부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1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침몰했던 허블레아니호가 11일(현지시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헝가리 선원 2명을 태우고 머르기트 다리를 지나다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 만이다. 인양 선박 내부에서는 6세 여아를 포함해 한국인 시신 3구와 헝가리인 선장으로 보이는 시신 1구가 발견됐다.

헝가리 당국과 우리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이 동시에 투입된 인양 작업은 오전 6시47분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선체를 결박한 와이어를 서서히 끌어올렸고 20분쯤 지났을 때 허블레아니호의 흰색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7시20분쯤엔 선체 허리에 적힌 이름 ‘허블레아니(Hableany)’까지 확연히 수면 위로 나타났다.

허블레아니는 비스듬히 기울어진 상태에서 선수와 조타실 쪽부터 올라왔다. 머리를 하류 방향으로 두고 좌현으로 기운 채 강바닥에 가라앉은 모습 그대로 인양됐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낸 선수 갑판은 찌그러진 곳 없이 난간 사이에 녹색 이끼가 곳곳에 끼어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선미 쪽 갑판은 난간 울타리가 찌그러져 선체 쪽으로 누워 있었다. 선수 갑판엔 주홍색 구명조끼가 떠다녔고 깨어진 선실 창문 가운데는 전날 설치한 유실방지 장치로 가로막혀 있었다. 선체 중간 출입문에는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호와 충돌 당시 움푹 파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선체가 반쯤 모습을 드러내자 헝가리와 우리 구조팀이 선체로 진입해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에 나섰다. 조타실과 갑판, 선실 순으로 수색이 진행됐다. 먼저 조타실로 들어갔던 헝가리 구조대원들은 예상대로 헝가리인 선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해서 나왔다. 이어 선실로 진입했던 우리 구조대원들이 선미 갑판 쪽 객실 입구 계단에서 한국인 탑승객 시신 2구를 수습했다. 약 10분 뒤 객실 근처에서도 한국인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이후 선실 수색에 앞서 모터 펌프로 선체의 물을 빼는 배수 작업이 이뤄졌다.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들은 시신을 수습해 검은 천으로 덮은 뒤 들것으로 허블레아니 우측의 작업 바지선으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은색 방역복을 입은 대원들은 시신을 옮길 때마다 경례를 하며 애도를 표하는 예를 잊지 않았다. 이날 수습된 한국인 시신 중엔 3대가 함께 여행을 떠났던 6세 여아 시신이 포함됐다.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으로 인양된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11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마련된 바지선 위에 놓이고 있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인양작업이 진행되는 머르기트 다리와 페스트 지역 다뉴브 강변은 헝가리 당국에 의해 접근이 통제돼 시민들은 먼 발치에서 인양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머르기트 섬 내 헝가리 대테러청 현장 본부에서 인양 장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전날까지 현장에서 인양 현장을 참관하기를 바랐던 가족들은 인양 현장에서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헝가리 당국이 마련한 별도의 장소를 선택했다. 헝가리 당국은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인양 장면을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해 전달했다. 인양 작업 초기 실종자들의 시신이 수습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일부 가족은 오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가족은 초조하게 인양 장면을 지켜봤다고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인양 작업은 이른 아침부터 느린 속도로 진행됐다. 부다페스트 북동쪽으로 해가 솟기 시작한 오전 5시쯤부터 선체를 들어올리기 위한 와이어 미세조정 작업이 개시됐다. 인양 준비작업이 이른 아침에 시작된 건 부다페스트의 뜨거운 6월 태양 때문이다. 전날 여센스키 난도르 헝가리 대테러청 공보실장은 "낮에 작업복을 입고 있으면 체감기온이 50도씨까지 치솟는다"며 "한낮과 일몰 이후 시간을 피해 작업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터다.

다행히 기상과 수심 등 주변 환경이 인양 작업을 도왔다. 8일 오전 7시 474㎝에 달했던 다뉴브강 수위는 전날 오후 8시 434㎝, 이날 오전 5시 420㎝로 점차 줄어들었다. 이날 사고지점 유속은 시간당 3.5~4㎞. 크레인이 선체를 들어올릴 거리가 그만큼 줄어들었고 유속도 느려져 선체의 흔들림도 따라 줄었다.

선체는 인양 작업 약 4시간 만에 완전히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침몰 지점에서 대기하던 바지선에 안착했다. 인양 작업이 완료되면 허블레아니호는 체펠섬으로 옮겨져 정밀 감식을 받게 된다. 인양이 진행되는 동안 인양장소 뒤쪽 수역엔 경비정 10여척이 강가 곳곳에 흩어져 혹시 모를 실종자 유실에 대비했다.

이날 인양과 시신 수습으로 실종자는 4명으로 줄었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밤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 받힌 뒤 7초 만에 침몰한 허블레아니에는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 승무원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지만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승객 7명만 구조됐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