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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호국보훈의 달을 맞으며

입력
2019.06.11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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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한 가족이 전사한 가족의 묘지에 참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한 가족이 전사한 가족의 묘지에 참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동으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옛일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성쇠의 갈림을 알 것이며,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자신의 득실(得失)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정관정요’ 임현편(任賢編)에 나오는 말로, 당태종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명신 위징(魏徵)을 사람 거울에 비유하여,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세 가지 거울 중 두 번째인 옛일, 즉 역사 거울에 점차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나간 잘못을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함’을 뜻하는 감계(鑑戒)가 국가 경영의 기본원리로 부각되었고, 이러한 감계의 근간은 바로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의 중요성은 당태종이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전부터 인식되었다. 사마천이 굴욕을 견디며 사기를 완성했다거나, 진시황이 분서갱유에서 자신이 멸망시켰던 여섯 나라의 역사서를 가장 먼저 불태운 사실 등은 이를 방증해 준다. 역사는 당대의 사건을 기록하여 후대에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행위는 당대의 위정자로 하여금 선정을 펴게 하는 강제력이자, 후대의 사람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해 준다.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면 가히 스승이 될 만하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는 공자의 말씀이 결코 빈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망각하여 앞날의 경계로 삼지 않았을 때, 국가는 흔들리고 백성은 도탄에 빠지곤 했다. 일례로 조선왕조가 삼포왜란, 사량진왜변, 을묘왜변이 주는 경고를 무시한 결과는 45년 뒤 임진왜란으로 나타났다. 난중의 참상과 치욕을 되새겨 후일을 경계하고자 서애 유성룡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징비록을 저술했지만, 다시 38년 만에 당한 병자호란은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토드 스트라써의 저서 ‘파도’에서의 언급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물론 역사를 기억하여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지난날의 잘못을 가르치고 배우려는 국민들의 자세에 더해, 이를 현실에 반영하여 국가를 올바른 길로 이끌려는 위정자들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우리나라는 삼전도의 굴욕을 맛본 지 274년 만에 경술국치를 당했고, 어렵게 국권을 회복한 지 5년 만에 6ㆍ25전쟁을 겪은 사실은 역사를 거울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듯 지난 일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려는 노력은 물론 그를 통해 미래를 위한 결정의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호국보훈의 달 또한 역사를 거울삼으려는 대한민국의 노력 중 하나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6ㆍ25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장병들을 위해 1952년 6월 실시된 군경원호강조주간에서 비롯되었다. 호국보훈의 달의 일부인 현충일 또한 6ㆍ25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현충 전몰장병 추도식’이 그 시작이었다. 즉 호국보훈의 달은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희생을 기억함으로써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끔 하려는 대한민국의 노력이요, 우리 모두의 간절함이 담긴 결정체인 것이다.

오진영 서울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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