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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작전’ 방불케 한 현대重 법인분할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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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작전’ 방불케 한 현대重 법인분할 가결

입력
2019.05.31 17:25
수정
2019.05.31 19: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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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임시총회 안팎]

한마음회관서 충돌은 피했지만, 노조 따돌리며 주총장 기습 변경

뒤늦게 울산대 도착한 노조원들 출입문 부수고 들어섰지만 허사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이 아수라장이 돼 있다. 울산=전혜원 기자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이 아수라장이 돼 있다. 울산=전혜원 기자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이 3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격 가결됐다. 법인분할에 반대해 온 노조가 전날부터 기존 주주총회 장소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가자, 주총 장소를 변경하고 10여분만에 해당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노조측에선 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이번 주총의 원전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우려됐던 사측과 노조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피했지만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이 가결되기까지엔 긴박했던 순간들도 이어졌다. 실제 이날 오전 7시30분,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임시주주총회 장소로 예고된 울산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 앞에선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의 주주와 주총 준비요원, 질서 유지요원 등을 포함해 500여명이 속속 집결한 가운데 회관 진입에 나섰다. 하지만 전날부터 회관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갔던 현대중공업 노조 및 민주노총 조합원 2,000여명이 사측을 가로막고 대치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숨바꼭질도 연출됐다. 양측의 대치가 계속된 오전 9시께 사측에서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에 동원한 10여대의 버스로 입구를 막아서자, 본사 내 체육관에서 주총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에 노조와 민노총 조합원 1,000여명은 한마음회관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로 몰려간 데 이어 본사 인근의 현대호텔 차량 출입구까지 봉쇄, 호텔내 주주들의 이동까지 통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텔 투숙객들조차 본인 차량 대신 택시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분위기는 주총 장소를 한마음회관에서 남구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오전 11시10분에 개최한다는 내용의 전단지 등이 뿌려지면서 급변했다. 비슷한 시각, 이런 내용의 현수막은 한마음회관 맞은편의 울산대병원 암센터 외벽에도 내걸렸다.

갑작스러운 사측의 주총 장소 변경에 노조측은 모든 조합원에게 오토바이 등으로 한마음회관에서 차량으로 40분 거리에 자리한 울산대 체육관 이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노조가 울산대로 이동 중인 사이 사측에선 오전 11시 10분 주총을 열었고 10여분 만에 분할 안건 처리와 함께 주총까지 끝마쳤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한 사측의 주총 장소 변경으로 노조를 따돌리면서 주총도 마무리한 셈이다. 주총에선 총 주식의 72.2%인 5,107만4,006주가 참석했고 이중 99.9%에 해당하는 5,101만3,145주 찬성으로 법인분할안이 승인됐다.

뒤늦게 주총 장소인 울산대 체육관에 도착한 노조원들은 유리 출입문과 석고보드 형태의 외벽을 부수고 소화기 분말까지 뿌리면서 체육관에 들어섰지만 허사였다.

크게 반발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즉각 원천무효 소송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주총 변경 사항을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지하지 않는 등 ‘날치기’ 의결을 했다”면서 “결격 사유를 가진 몇몇 준비된 주주들만이 숨어서 진행한 명백한 위법 주총으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원상회복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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