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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않겠다옹!’ 임시보호자를 붙잡기 위한 보호소 고양이의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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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않겠다옹!’ 임시보호자를 붙잡기 위한 보호소 고양이의 ‘큰 그림’

입력
2019.05.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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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 세계의 동물 보호소에는 가족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늙고 병들어 버려졌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 극진한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죠.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보호소를 찾아와도 한 가정에 두 마리 이상을 데려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보호소에 있는 동물 중 붙임성이 좋거나, 성격이 활발한 몇몇 아이들은 누군가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 새로운 식구로 ‘간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미국 미시시피 주에서 일어났습니다. 동물전문매체 '더뮤(TheMeow)'는 지난 1일(현지시간), 임시보호자가 자신을 입양할 수 있도록 '귀여운 작전'을 펼친 한 보호소 고양이의 에피소드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저기, 나를 일단 집으로 데려가 보시라옹!'

올해 초, 미시시피 주에서 길거리를 헤매던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구조돼 지역 보호소(McComb Animal Shelter)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보호소에서 봉사하고 있던 직원 '매디슨 반네스(Madison VanNess)' 씨는 켄넬 안에서 쉴새없이 '야옹'거리는 작은 고양이에게 다가갔다고 하는데요.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치자, 고양이는 더 크게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마치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구걸하듯이" 말이죠.

매디슨 반네스 씨는 ‘더뮤’와의 인터뷰에서 “켄넬에서 고양이를 꺼내자마자, 순식간에 팔을 타고 어깨 위로 올라와 얼굴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면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애교냥이' 개츠비는 집사의 어깨에 오르내리길 좋아한다고 한다. gatsbycatsby19 인스타그램 캡처
'애교냥이' 개츠비는 집사의 어깨에 오르내리길 좋아한다고 한다. gatsbycatsby19 인스타그램 캡처

당시 보호소에 있던 고양이는 구조된 모습 그대로 털이 매우 지저분한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매디슨 씨는 고양이의 건강 상태가 괜찮은지 세심히 살펴본 후, 우선 며칠 간 보호소에서 보살평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 이 작은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매디슨 씨는 집에 고양이를 데려가 임시보호를 하기로 결심했죠. 그녀는 이 고양이에게 '개츠비(Gatsby)'라는 이름도 붙여줬습니다.

매디슨 씨는 그 동안 고양이들을 종종 집으로 데려가 새로운 가족을 만날 때까지 임시보호하곤 했는데요. 그녀는 "개츠비 역시 다른 고양이들처럼 입양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집으로 데려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매디슨 씨는 몰랐습니다.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빅 픽처’를 그리기 시작한 이 똑똑한 털뭉치의 속셈을 말이죠.

꼬마 고양이 개츠비는 매디슨 씨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침없이 집안 구석구석을 활보했다고 합니다. 집에는 다른 반려동물들도 있었는데요. 개츠비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듯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눈인사를 건네기까지 했죠.

매디슨 씨는 "처음 만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개츠비는 집안 동물들과 다 친해져 있었다"면서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전부터 매디슨 씨와 함께 지내던 반려묘 '피치(Peach)'와 '요시(Yoshi)'는 아기 고양이들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걸 꺼려했다고 하는데요. 신기하게도 개츠비에게는 특별한 경계심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개츠비는 반려견 '윌로우(Willow)'와 레슬링을 하며 이리저리 뒹구는 것은 물론, 윌로우 곁에 꼭 붙어서 공 모양으로 몸을 웅크리고 단잠을 자곤 했답니다.

함께 몸을 맞대 잠들곤 한다는 개츠비와 윌로우의 모습. gatsbycatsby19 인스타그램 캡처
함께 몸을 맞대 잠들곤 한다는 개츠비와 윌로우의 모습. gatsbycatsby19 인스타그램 캡처

"이런 고양이는 네가 처음이야.."

매디슨 씨는 1일 '더뮤'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보호소에서 일하며 많은 고양이를 돌봤지만 "개츠비 같은 특이한 성격의 고양이는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매디슨 씨는 "냉장고나 선반에서 점프하길 즐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길 좋아하고, 맛있는 간식을 얻는 일에 흥미를 보인다는 점에선 개츠비도 다른 고양이와 다를 바 없다"고도 전했는데요. 다만 개츠비는 그들에 비해서 좀 더 '말썽꾸러기'에 가까운 활동량을 보였다고 합니다.

한번은 개츠비가 서랍 속에 들어가 숨어있던 적이 있었는데, 매디슨 씨가 해당 서랍을 열자 “불쑥 뛰쳐나와 잽싸게 도망쳤다”고 해요. 문제는 개츠비가 크래커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을 “잔뜩 입에 문 채로 도망갔다”는 건데요. 매디슨 씨에 의하면, 이 장난꾸러기 고양이 덕분에 서랍 속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흩뿌려지는 등 “아주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수다쟁이' 개츠비는 매일 매디슨 씨를 찾아와 '옹알옹알' 말을 건다고 한다. gatsbycatsby19 인스타그램 캡처
'수다쟁이' 개츠비는 매일 매디슨 씨를 찾아와 '옹알옹알' 말을 건다고 한다. gatsbycatsby19 인스타그램 캡처

또한 개츠비는 일반 고양이들과 다르게 굉장한 ‘수다쟁이’라고 하는데요. 특히나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길 좋아한다는 그는, 항상 무언가 요구하고 싶을 때마다 매디슨 씨를 찾아와 '옹알옹알' 말을 걸어왔다고 합니다. 잠시 쉬고 싶을 때조차 개츠비는 매디슨 씨의 팔을 타고 몸 위로 올라와 쪽잠을 잘 정도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그리고 '관심을 받는 일'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매디슨 씨의 집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작고 연약했던 개츠비의 몸무게는 어느덧 약 1kg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 정상 체중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매디슨 씨는 애초에 "개츠비의 건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만" 집에서 돌봐주려고 했기 때문에 개츠비를 다시 보호소로 돌려보내기로 했는데요.

개츠비가 매디슨 씨의 집에 오기 전과 후의 모습. 임시보호 기간 중, 개츠비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됐다고 한다. The Meow 캡처
개츠비가 매디슨 씨의 집에 오기 전과 후의 모습. 임시보호 기간 중, 개츠비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됐다고 한다. The Meow 캡처

막상 개츠비를 보소호로 다시 보내고 나니, 매디슨 씨의 집은 '어색한 적막'으로 가득 찼다고 합니다. 아무도 매디슨 씨 부부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오는 이가 없었고, 얼굴에 몸을 비비적대는 동물도 없었죠. 그의 빈자리에서 심한 공허함이 느껴질 만큼, 개츠비는 생각보다 매디슨 씨 부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겁니다.

개츠비를 돌려보내고 난 주의 금요일, 매디슨 씨는 곧바로 입양 절차를 밟으러 보호소로 향했습니다. 1년 넘게 보호소에서 일하며 수많은 고양이를 케어해 왔던 매디슨 씨의 마음을, 꼬마 고양이 개츠비가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죠! 입양서류 작성을 마친 매디슨 씨는 그날 오후 바로 개츠비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매디슨 씨는 “개츠비 덕분에 매일 행복하다”며 “이제 개츠비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말합니다. 여전히 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는 '에너자이저' 개츠비. 과연 이 모든 건,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기 위한 개츠비의 '큰 그림'이었을까요? 직접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한편으론 개츠비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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