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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백악관의 고교졸업반 무도회(5.31)

입력
2019.05.3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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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5월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포드 대통령의 딸 수전(사진 가운데)의 고교졸업 무도회. 제럴드 포드 도서관 자료 사진, vanityfair.
1975년 5월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포드 대통령의 딸 수전(사진 가운데)의 고교졸업 무도회. 제럴드 포드 도서관 자료 사진, vanityfair.

1975년 5월 31일 밤, 미국 백악관 이스트윙에서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홀턴 암스(Holton-Arms)여학교 졸업 무도회가 열렸다. 주최자는 미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와 베티 포드의 4남매 중 막내이자 외딸 수전 포드(Susan Ford, 1957~)였다. 알려진 바 수전 포드는 친구의 청을 받고 당시 백악관 수석집사(Chief Usher) 격인 렉스 스코우턴(Rex Scouten)에게 허락을 구했다고 한다.

스코우턴은 세 가지 조건을 걸고 그 청을 수락했다. 첫째 무도회에 백악관 예산은 쓸 수 없으니 비용 일체를 참석자들이 댈 것, 둘째 행사 한 달 전까지 파트너와 샤프롱 포함, 모든 참석자의 명단과 사회보장번호를 제출할 것, 셋째 밴드 포함, 참석자 누구도 심각한 마약 전과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Vanity Fair’에 따르면 수전 포드와 졸업반 74명은 약 1,300달러(2018년 기준 약 6,000달러)의 행사 비용을 갹출하는 등 조건 일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한다.

무도회 준비위원회는 당시 최고 인기 밴드 ‘비치 보이스(Beach Boys)’를 섭외했으나 예산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한다. 비치 보이스는 행사 전 과정을 녹화해 사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조건이라면 할인도 가능하다고 제의했지만, 그 제안은 백악관 측이 거부했다. 유명 디자이너(Albert Capraro)가 만든 복숭앗빛 홀터넥 드레스를 입은 수전 포드는 그날 파트너와 함께 당시 유행했던 범프 댄스를 선뵀다고, 외신은 전했다. 행사는 예정 시각을 30분가량 넘긴 다음 날 새벽 1시30분에 끝이 났다.

미국 대통령으로선 유일하게, 전임자의 부정으로 선거를 치르지 않고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이 된 포드는 2년 반 재임기 중 베트남전쟁 후유증과 오일쇼크, 전임자 닉슨에 대한 사면 등으로 평판이 좋지 않았고 재임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수전 포드는 아버지 취임 전부터 테러집단 심바이오니즈해방군(SLA)의 공개적 납치 협박에 시달렸고 74년 어머니 베티의 유방암 수술 이후 한동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야 했던 이력 때문에 미국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시민 대다수는 백악관의 유례없는 비공식 행사에 박수를 보냈다.

마운트버넌 여대를 나온 수전 포드는 포토저널리스트로 일했고, 2002년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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