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金은 처음부터 스폰서 관계

“광범위한 직무 관련성 인정” 예상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넥슨에서 공짜 주식을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 등 숱한 ‘스폰서 검사’에 대해 법원은 유독 관대했다. 검사와 스폰서가 “막역한 사이”거나 “연인 관계”라는 점 때문에 금품의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무죄 사유였다. 그렇다면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사실상 스폰서 역할을 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법원의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무죄가 선고된 ‘스폰서 검사’ 사건 대부분은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문제됐다. 금품이 사건 청탁의 대가였는지, 지인 간의 호의나 돈 거래였는지 불명확했던 것이다. 진 전 검사장은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1985년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사이라는 게 무죄의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친구를 넘어 ‘지음(친한 친구)’ 관계였다”고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벤츠 여검사’ 사건이 무죄로 결론 난 것도 승용차와 명품 가방 등 5000만원대 금품이 연인 사이에 건넨 선물로 보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중ㆍ고교 동기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의 경우에도 현금 1,500만원은 빌린 돈으로 추정돼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은 경우가 다르다고 법조계는 입을 모았다. 김 전 차관과 윤씨는 처음부터 명확한 청탁과 향응을 주고받는 ‘스폰서 관계’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차관과 윤씨는 2005년 말 간부급 검사와 사업가 사이로 만났다. 김 전 차관은 인천지검 1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기던 시점이고, 윤씨는 사업에 도움될 만한 사회고위층 인사들을 원주 별장에 초대해 성접대를 제공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이던 때다. 사업과 관련해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렸던 윤씨에게 김 전 차관을 접대할 동기는 너무도 분명했다.

법원도 대가성이 분명한 스폰서 사건에선 폭넓게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자신이 담당하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청탁일 필요도 없다. 법원은 김형준 사건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고위 공직자의 경우 그 법률상ㆍ사실상 영향력의 범위가 넓어 근무지에 관계없이 장래의 형사사건 등이 알선의 대상”이라며 청탁의 배경을 폭넓게 인정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받은 1억3,000여만원 상당의 뇌물과 성접대를 ‘단순히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 속에 받은 향응’이라 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재차 확인하며 명시적 청탁을 한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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