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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피난처 도시’ 캘리포니아, 차량 거주 홈리스 퇴출 놓고 갈등

입력
2019.05.26 16:44
수정
2019.05.26 19: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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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 지역의 한 도로가에 주차해 있는 RV 차량들. 게티이미지뱅크
실리콘 밸리 지역의 한 도로가에 주차해 있는 RV 차량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곳곳 도시들이 집 없이 RV(recreation vehicle) 차량에서 거주하는 홈리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이민자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를 자임했던 이 지역이 정작 갈 곳 없는 ‘RV 홈리스’ 퇴출을 시도하고 있어 이율배반적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는 1960년대 베트남전 당시 파병을 거부한 군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1970년대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차별하지 않는 각종 조례를 만들어 이들을 보호하는 등 ‘사회 낙오자’를 보호하는 운동의 발원지와 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버클리시 의회는 지난 3월 RV 차량이 공공 거리에서 밤새 주차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샌프란시스코만 일대 도시에서 RV 차량이 아예 거주지로 이용돼 장기 주차하면서 지역민과 기업체로부터 각종 민원을 야기한 탓이다. 다만 인권 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RV 차량들을 견인하는 단속은 일단 유보한 상태다. 제시 아레귄 시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며 “우리가 성급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업계와 주민들로부터 강한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의 중심부 마운틴뷰시도 지난 3월 RV 차량의 밤샘 주차를 금지하고 오물을 배출하는 차량에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이 도시에만 300대 가량이 장기 주차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역 역시 당장 견인 단속에 나서지는 않고 계도 기간을 두고 있는 상태다.

‘RV 홈리스’는 노숙자와 달리 상당수가 직장을 갖고 있지만 집값이 터무니없이 비싸 RV 차량을 임차해 생활하는 이들이다. 구글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 한 계약직 직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아주 작은 아파트를 구하려 했지만 월세가 2,500(약 300만원)달러여서 월급 대부분이 집세로 나가야 할 판이었다”며 “한 달에 800달러로 RV 차량을 임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운틴뷰 지역의 평균 월세는 4,151달러로 201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으며 미국 평균 월세 대비 3배 가량이 높다. 이 같은 높은 집값 때문에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만 일대 도시들에는 ‘RV 홈리스’ 뿐만 아니라 노숙자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지만 지역민들의 기득권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7년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에 맞서 연방정부의 이민법 집행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피난처 법’을 통과시켜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주 내부의 부유한 도시들에선 홈 리스를 배제하는 다른 종류의 장벽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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