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 연합뉴스 자료사진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살해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 대응이 부실했던 만큼 국가가 유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 오권철)는 피해 여중생 A양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억8,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2017년 9월 딸의 친구인 A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추행하고 살해한 뒤 강원도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A양의 유족들은 “A양이 사망하기 13시간 전에 실종신고를 했으나 경찰의 초동 대응이 미흡해 A양이 죽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경찰관들은 A양의 최종 목격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코드1(최우선적으로 출동해야 하는 신고) 출동 지령을 받은 중랑경찰서 여성ㆍ청소년 수사팀은 후순위 업무들을 처리하다 사건 발생 3시간 뒤에야 망우지구대에 가서 약 2분간 수색상황만 물었다.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은 경찰 자체 감찰에서도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 역시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이영학은 A양을 살해하기 전 자신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며”이라며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이 A양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지능적인 면모를 보였던 이씨의 특성상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A양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다만 재판부는 “법률상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국가와, 피해를 직접 발생시키는 범행을 저지른 이씨의 행위를 동일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가의 책임범위를 별도 산정된 피해액(사망에 따른 금전적 손해와 위자료 등)의 30%로 제한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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