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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관과 기업인의 설전

입력
2019.05.26 18:00
수정
2019.05.26 21: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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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장관급 관료와 벤처 기업인 간 설전은 우리 사회 해묵은 문제의 핵심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되짚어 볼 가치가 있다. 승차공유서비스(카풀) 업체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20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타다만 없어지면 택시와 카풀 업계의 갈등이 해결되는 거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며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걷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대표는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 재반박했다.

□ ‘우리 정부의 그물망식 규제가 기업의 혁신적 시도를 좌절시킨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에 나온 것이 아니다.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가 올해 초 54개국을 대상으로 ‘진입규제 강도 비교’ 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38위로 중하위권이었고, 중국(23위) 이집트(24위)보다 더 규제 강도가 높았다. 이런 규제에 막혀 카풀은 우리나라에서는 7년째 불법 시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올해 기업공개를 앞둔 원조 카풀 업체 우버의 추정 기업가치는 100조원대까지 치솟았다. 현대차의 3배가 넘는다.

□ 반면 ‘공유경제’라는 거창한 명분을 앞세운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애초 출퇴근 때 빈 승용차 좌석이나, 사용하지 않는 빈방을 공유해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거대기업이 제공자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서비스 제공자는 푼돈 받는 일용직으로 전락하고 플랫폼이 막대한 이윤을 독점하는 식으로 변질한 것이다.

□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사전 규제 위주인 우리나라 기업 제도는 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전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대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이 제공한 서비스와 재화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공유경제 참여자가 이익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소송 절차를 쉽게 하고 보상비를 높이면 된다. 호주에서는 6,000명이 넘는 택시 기사와 우버 운전자들이 우버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이익의 정당한 공유를 요구하며 호주 사상 최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에 나서는 기업의 족쇄를 풀어 주자, 동시에 새로운 시도가 가져다줄 이익과 함께 책임도 기업에 넘기자.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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