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Gaming Disorder’ 설명 영상.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몰입해 게임을 그만두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가 1년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WHO 영상 캡처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중독적으로 몰입하는 행동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내외 게임업체들의 강한 반발 속에도 WHO에서 질병 코드 부여안이 통과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도 이에 대해 논의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26일 복지부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차 WHO 총회 B위원회는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 일반적으로 게임중독이라 부르는 증상에 대해 '6C51'이란 질병 코드를 부여하고,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11차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2022년 1월 발효되며, 향후 국내 질병코드에도 등재될 경우 202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를 모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한국표준질병ㆍ사인분류(KCD) 개정 문제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WHO에서 정의한 ‘Gaming Disorder’의 정의는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이 손상돼, 직장이나 학업 등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런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게임을 즐기면서 단순히 많이 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직장을 가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정도로 과몰입돼 있으며 게임을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 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WHO의 질병코드 등재를 앞두고 “실제로 게임 중독으로 고통을 겪어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데 주목한 의료계와 달리, 게임업계는 “충분한 연구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 등의 이유로 크게 반발해 왔다. WHO의 질병분류 후에도 국내 질병코드에는 등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측은 ‘Gaming Disorder’라는 용어의 한국어 번역에 대해서도 ‘게임사용장애’(의료계)와 ‘게임 과몰입’(게임업계)으로 다르게 표현해 왔다. 국내 명칭은 통계청에서 관계 기관 및 전문가의 의견 등을 수렴해 정한다.

국내 질병분류인 KCD 개정 역시 통계청에서 진행하며, 현재 ICD-10을 바탕으로 한 제8차 개정을 위해 연구 중이다. 8차 KCD는 내년 7월 고시해 2021년 1월부터 시행되므로, 2022년 1월 발효 예정인 ICD-11은 2026년에 시행될 9차 개정에나 반영 가능하다.

홍정익 과장은 “질병코드 등록은 같은 종류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질병 및 치료 현황을 국제적으로 비교 파악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일 뿐인데, 마치 등록 자체가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면서 “협의체를 통해 오해로 일어나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국내 질병코드 등재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으니 차근차근 논의하면 된다고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WHO의 ‘Gaming Disorder’ 설명 영상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