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돈암동에 사는 워킹맘이 출근전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3월 8일은 미국 여성 노동자의 사회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가혹한 노동환경 속에서 생계유지가 곤란할 정도의 저임금을 받던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노동권과 사회개혁을 위한 참정권 요구 집회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의 외침이 시작된 지도 100여년이 지났는데 과연 여성의 노동은 충분히 존중받으며, 여성의 경제적인 지위는 생각만큼 높아졌을까.

대학 졸업 후 취업전선에 나가는 여대생은 채용 단계부터 차별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의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정책이나 블라인드 채용 확대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채용 성비조작과 같은 일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고용형태, 직무, 임금 등의 차별은 여전하다. 구직을 하는 여대생들이 면접 과정에 느끼는 노골적인 성차별은 취업 후기 게시판 곳곳에서 나타나 있다.

이러한 노동환경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9년 4월 여성고용률은 57.5%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난 4년간 40세 미만 여성들의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수는 148만명(2015년 4월)에서 153만명(2019년 4월)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50세 이상의 경우에도, 지난 4년간 보건 및 사회복지업종을 중심으로 여성 취업자 수가 31만명에서 47만명으로 증가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로 상용직이 증가하여 장년 여성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나름의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통계수치와는 별개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출산과 육아를 오롯이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에다, 여성의 양육을 조직몰입의 저하로 인식하는 남성 중심의 왜곡된 조직문화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재촉하고 있다. 2018년 말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84만명의 여성이 결혼, 육아, 출산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최근에는 만혼 등의 영향으로 40대 여성의 경력단절 규모가 커지면서 여성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 인력마저도 줄어들고 있다.

어렵게 취업 관문을 통과한 젊은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여성 개인적으로는 자존감이 위축되고 자아실현의 기회를 상실하는 계기가 되며, 기업 차원에서는 중요한 인력을 선발하여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투자의 상실을 의미한다. 정부도 여성 경력단절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관련법도 제정하고 재취업을 위한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경력단절이 발생한 후에 지원하는 것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히 필자는 현재 법사위 계류 상태에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개정에 주목하게 되었다. 법안의 내용은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합산하여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었던 현행 제도를 개선하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1년간 보장하면서 육아휴직 미사용 기간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용하여 최대 2년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 대책들과는 달리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함께 출산과 육아에 관한 책임을 공유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노동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우수 인재를 유지하고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지원액을 현실화하여, 남녀가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의 인사관리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처 알지 못한 제도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하는 컨설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의견을 마무리하면서 사족을 붙이자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치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자아실현을 염두에 두고 경력개발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새로운 경력을 만들고 싶은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의미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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