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수소탱크 3기 폭발 파괴력 상당… “수소산업 추진 너무 빨라, 안전대책 짚고 가야”
강원 강릉시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1공장 옆 수소탱크 폭발사고 다음날인 24일 오전 사고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릉 수소탱크 폭발로 2명이 숨진 사건으로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을 시작한 수소산업에 ‘안전성 확보’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24일 정부와 산업계는 한 목소리로 “실험 수준의 탱크에서 발생한, 대단히 예외적인 사고”라며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괜찮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전반적으로 안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1월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하면서, 지나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 23일 오후 6시 22분쯤 강원 강릉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1공장에 입주한 S에너지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 사고는 수소 저장탱크 3기(1기당 용량 40㎥)가 터진 것이다. 견학을 위해 강릉을 찾았던 벤처기업인 권모(37)씨 등 2명이 사망했고 6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수소 경제가 주목 받은 이후 발생한 첫 사고다.

피해를 키운 건 수소탱크가 금속으로 제작돼서다. 지름 3m 높이 8m의 수소탱크가 폭발하면서 금속파편이 분무기처럼 뿌려져 끔찍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 수소탱크는 지난해 11월 한 태양광 전문업체가 설치했다. 태양광을 통해 생산된 수소를 연료전지에 저장한 뒤 벤처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실험 설비 중 하나였다. 지난 3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준공검사도 받았다. 두 달 전에 안전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 설비는 곧 강원테크노파크 신소재사업단에 인계될 예정이었다.

경찰은 수소탱크가 처음부터 부실시공 됐을 가능성, 고압가스 조작미숙, 안전장치 오작동 등 여러 가지 경우를 두고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장시택 강릉부시장은 “외부 충격이 없어 내부 압력에 의한 폭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정 수준을 넘은 탱크 내 압력이나 누출 등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공장 옆면에 설치된 수소탱크가 연쇄적으로 터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폭발 사고에 ‘수소 경제’를 외쳤던 정부나 관련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현재 강릉 사고 현장처럼 별도로 설치된 수소탱크는 220개다. 수소충전소는 지난해 기준 전국 14곳에서 2022년까지 300곳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 7㎞ 떨어진 곳까지 폭발음이 들리고 주변 건물이 초토화될 정도로 강력한 사고가 터진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사고를 수소충전소ㆍ수소차의 위험으로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을 경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폭발 사고가 난 탱크는 철을 용접으로 이어 붙였기에 내부 폭발에 잘게 쪼개졌지만, 수소차나 수소충전소에 들어가는 수소저장용기는 철보다 10배나 강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쓰는데다 이음새 없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박기영 산업부 대변인은 “이번 사고는 실험 용도로 제작된 수소 저장 용기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국제규격에 맞춘 수소차나 충전소와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국수소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로선 수소산업 발전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최근 너무 속도가 빨랐다”며 “협회 차원에서 안전 관리 대책을 위한 과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수소에 대한 안전관리제도는 걸음마 단계다. 수소는 아직 위험물 안전관리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료전지도 액화석유가스(LPG)나 도시가스를 연료로 쓰면 관련법에 따라야 하지만 수소를 연료로 쓸 경우 아직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외에 이를 직접 규제하는 법은 없다. 지난해 8월에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소연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민세홍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규제 법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특히 “수소충전소도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으로 단정지을 만큼 경험적 데이터가 쌓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수소탱크를 위험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소방당국의 크로스체크를 받도록 하거나 지하에 설치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볼멘 소리도 나온다. 수소경제 민관합동 추진기구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의 이승훈 사무총장은 “이번 사고는 일반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특이한 케이스인데 수소 생태계 형성 이전에 안전관련 법이 추진되면 산업성장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사고가 나면 사업 지장보다 사고 원인과 안전 확보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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