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ㆍ세련 ‘전자담배계의 아이폰’… 美 청소년 흡연율 급증의 주범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LL)'이 24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쥴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출시 첫날이라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전자담배는 처음이지만 생김새가 예쁘고 가벼워 좋아 보인다. 냄새도 안 나고 연기도 적어 좋다.”(김모씨ㆍ44세ㆍ회사원ㆍ서울 마포구)

“출근 길에 편의점 5군데를 들렸는데 전부 나가고 없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친구들 단톡방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피워보고 싶다.”(김은영씨ㆍ25세ㆍ회사원ㆍ서울 강동구)

미국 10~30대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줄링(JUULINGㆍ전자담배를 피우다)’이란 신조어까지 만든 신종 전자담배 쥴(JUUL)이 24일 국내에 공식 상륙했다. 출시 첫 날 오전부터 서울 시내 주요 편의점에서 동이 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보건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담배 업체 쥴 랩스(JUUL LABS)가 개발한 쥴은 USB와 흡사한 작고 매끈한 디자인으로 ‘전자담배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단숨에 흡연자들을 사로잡았다. 2015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이후 3년여만에 전자담배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며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쥴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이다. 본체(디바이스)와 니코틴 용액을 담은 손톱만한 용기인 팟(POD)으로 구성돼 있는데, 다양한 향을 담은 팟을 구입해 디바이스에 꽂으면 별도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흡연할 수 있다. 디바이스는 USB형태 충전기를 이용해 PC 등에서 충전할 수 있다.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냄새가 적게 나는 점도 장점이다. 쥴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미국 현지에선 쥴 랩스의 가치가 380억달러(45조원)에 달한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자 미국 보건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CDC)는 지난해 중고등학생 흡연자가 490만명에 달해 2017년보다 38%나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쥴과 같은 신종 전자담배 흡연이 증가한 탓이다. 특히 고교생 가운데 전자담배를 자주 흡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20%에서 28%로 높아졌다. CDC는 이를 두고 ‘진전이 사라졌다(Progress Erased)’라고까지 표현했다.

우리 정부도 ‘예쁜 담배’로 불리는 쥴이 청소년들에게 확산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담배 제조사들도 쥴과 비슷한 담배를 국내에 출시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전자담배의 청소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달말부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과 경찰 등과 함께 담배소매점을 대상으로 계도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또 금연단속원과 금연지도원을 동원해 금연구역에서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7월까지 집중단속할 계획이다. 위반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청소년들의 신종담배 흡연은 니코틴 중독으로 이어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만성 흡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청소년을 신종담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역사회, 학교 및 가정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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