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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쪽방 기획, 맨발로 뛴 기사라 생생... 짧은 동영상 없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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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쪽방 기획, 맨발로 뛴 기사라 생생... 짧은 동영상 없어 아쉬워”

입력
2019.06.06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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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가 지난달 19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5월 회의를 열어 최근 보도된 지면과 온라인 기사의 개선점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인 이민규 위원장과 김혜원(민음사 편집부장) 신성현(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수석부장) 우재욱(변호사) 이은기(연세대 사회학과) 조희정(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광범(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편집장) 황동일(여시재 기획위원) 위원,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이민규

전체적으로 좋은 기획이 많았다. 고찬유 자카르타 특파원이 ‘인도네시아 임금체불 한인 기업 파문’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영영 묻힐뻔한 사안을 발굴해 취재한 기자정신이 높이 평가 받았다. 국내 최초로 360도 VR 카메라를 탐사보도에 활용한 ‘지옥고 아래 쪽방’ 시리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약탈적 쪽방촌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앞으로도 빈곤, 차별, 혐오 등 중요한 사회 아젠다를 심층 취재해주기 바란다.

김혜원

문화 분야에서 세 기자가 얘기하는 ‘까칠한 톡’은 트렌드를 제대로 짚어낸다. 문화면을 보다 다양성 있고 전문화하면 좋겠다. 전시나 공연이 구색 갖추기로 다뤄지는 느낌이다. 미술 음악 무용 전통예술 등의 깊이를 채워주길 바란다. ‘빚내고 집 팔고…문케어에도 간병파산 여전’은 같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한겨레 기사와 비교 됐다. 한국일보는 간병하는 자식의 시각에서, 한겨레 기사는 요양원에 있어야만 하는 노인 시각에서 접근했다. ‘삼바 분식회계 증거자료 공장 마룻바닥에 파묻어’는 작은 크기로 실렸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발로 뛴 기획이라는 것이 확 와 닿고, 주거난민에 대한 약탈적 임대 실태를 생생하게 보도했다.

신성현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인상 깊었다. 지금까지 쪽방 소유주를 분석한 기사는 드물었다. ‘대학이 특정기업 위해 왜 직업교육…서울대 반도체학과 설립 놓고 진통’은 사회적 이슈인 계약학과 문제를 제시, 의미가 있다. 경제면 사진 기사는 광고성 기사인지 모호할 때가 있다. ‘식기 세척기 vs 손 설거지, 누가 더 잘 씻을까’는 독자 입장에서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 전날에 게재한 ‘법당 대신 법정 오가는 스님들 탓에…’와 ‘“냥이야 절에선 쥐 잡아먹으면 안돼, 스님과 고품격 동거’는 상반된 이야기인데 동시에 다뤄 인상적이었다. ‘대형성전 보란 듯 승효상이 지은 시골교회 작지만 교회다운 15평’은 종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우재욱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은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라서 그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잘 드러났다. 한국일보 일부 보도는 첫 문장이 ‘40대 조현병 환자’로 시작한다. 처음에 사안을 설명한 뒤 조현병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부가적으로 처리하는 식이 적절했다. 범인 ‘안인득’를 표현할 때 ‘씨’를 뺐는데 대중의 분노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씨’를 붙이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어색한 문장이 눈에 많이 띄는데 팩트나 분석도 중요하지만 문장의 기본이 흔들리면 독자 입장에서 기사에 몰입이 잘 안 된다. ‘가만한 당신’은 제목처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감동을 주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다. 좋은 콘텐츠인데 편집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 개정 시안이 2020년 말인데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이은기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기사에 등장하는 ‘묻지마 살인’ 표현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다. ‘묻지마’라면 사람들이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가 가려지게 된다. 비혼 여성은 외롭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곤 하는데 이들의 실제 일상을 보여주는 기사도 있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남성 보육 교사들’은 성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막상 남성교사에게 남성역할을 요구해 내용이 상충한다. ‘동물국회’를 전한 기사는 의원들이 어디서 어떻게 싸우는지에 대한 것뿐이다. 이 사람들이 도대체 왜 싸우고 반대하는지, 패스트 트랙 이후에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궁금했다. ‘팩트 파인더’가 1988년 3월 8일자 한국일보 기사를 보여주면서, 선거법 여야 합의는 전통이었다는 정치인 주장을 반박해 재미 있었다.

조희정

정치 부문은 편향되지 않게, 다룰 수 있는 것은 다 다뤘다. 차별화가 부족해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심층 분석을 하든, 의제를 분명히 하든 입장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게 좋겠다. 여성 관련 보도는 심층 인터뷰나 서베이로 데이터를 보완하면 좋겠다. ‘오신환이냐 김성식이냐… 바른미래당 女의원 4명 손에 달렸다’는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기사는 360도 VR이나 디지털 스페셜 버전이 완벽했다. 매일 ‘저 정도 눈높이로, 저런 톤으로 써달라고 하면 혼나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깎이 스타트업 사장님 3인’은 읽을거리도 있었다. 왜 창업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게 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창업 스토리도 있으면 좋겠다. 웹툰 시대인데 신문에 시사만화를 게재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지역을 다루는 기사는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살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은 ‘기사를 쓴 사람이 젊다’는 느낌을 주면 좋겠다. 신문의 주된 독자인 중ㆍ장년 남성이 세대문화를 이해하도록 청년 목소리를 더 보강해야 한다.

최광범

기자가 인터뷰를 왜 하는가. 진실 검증을 위한 출발점인 때문이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대리 질문 해줘야 한다. 그럴 때 기사에 공감한다.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는 인터뷰 질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해당 지역 주민이나 대표자를 통해 질문을 추출했으면 한다. ‘논담’의 인터뷰 질문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물어봐 줬으면 하는 부분을 질문하고 있다. ‘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은 기성세대에게 ‘아 맞아, 이런 건 조심해야지’하고 경종을 울려준다. 젊은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열, 독자들이 깨닫게 된다. 전달 메시지가 너무 많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을 유의하면 좋겠다.

‘200년 비밀정원 성락원 잠깼다’ ‘멸종 따오기 번식 성공…40년 만에 날갯짓’은 독자 입장에서 밝은 뉴스인데 흑백면에 편집돼 안타까웠다.

한국일보가 한국 사회에서 다루기 힘든 부분 중 두 건을 터치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 교회들을 크게 짓는 것과 불교 집행부가 수사기관에 소환된 것이다. 종교 문제는 다루기 어려운데 그런 부분을 잘 다뤘다. ‘2019 한국포럼’은 무엇이 한국의 우선 이슈인지 정해주면 좋겠는데 총망라해서 아쉬웠다.

인보사 문제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돼 있다. 신약개발 발표 기사는 보도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나중에 그것이 오보로 드러났다면 ‘이제는 바로 잡습니다’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오보를 정정하는 것은 그 신문사의 자신감의 반증이다. 과거 뉴욕타임스의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기사 73개 중 37개가 표절과 조작이었다. 뉴욕타임스는 7개 지면에 걸쳐 어떻게 잘못되어 오류를 범했는지를 밝히고 사과했다.

황동일

‘사람 잡는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IT 강국이라는 슬로건에 가려진 업계의 적나라한 실상, 어두운 면을 깊이 있게 조명한 좋은 기사였다. 한 IT업계 노조원이 신문 1면에까지 이 문제를 다뤄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IT 대형 프로젝트는 대기업 계열사가 먼저 떼어가고 남은 것에서 하청들이 떼어먹기 시작한다.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애꿎은 노동자를 쥐어짜고 점점 더 인건비가 싼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으로 내려간다. 이런 부분까지 보충했다면 완벽한 기사였을 것이다. ‘안인득 사건 한달, 조현병 대책은’에서 기자가 병에 대한 감수성이 잡혀 있어 인상적이었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특히 지면과 디지털 간의 협업이 적절히 잘된 기사다. ‘한국포럼’은 답을 너무 뻔하게 알 수 있는 구성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민규

‘토요일자 커버스토리는 한국일보만의 색깔을 드러내도록 고민해야 한다. ‘美中 무역전쟁 피란 기업들 베트남 러시’는 현지에 특파원들이 있어 가능한 살아있는 기사다. ‘文정부 反부패 개혁 어디까지 왔나’는 5명의 장관급 인사를 선정했는데 의아했던 부처가 있다. ‘막장 패스트 트랙 6박 7일 취재기’에서 ‘막장’표현은 선정적이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짤방식으로 30초 내지 1분 정도로 동영상을 올리면 좋겠다. 유튜브 등을 활용해 짧은 영상을 기획물 서두에 올려 확산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기획기사 내용을 짧은 영상으로 30, 40개씩 만든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기획기사 확산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정리=정진황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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