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 드래곤, 암(That Draon, Caner)’ 게임 트레일러 화면. 유튜브 캡처

게임 과몰입이 질병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문제지만,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할 때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28일까지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을 의결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2) 다른 삶의 이익이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3)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의 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함에도 게임을 지속. 이 같은 문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 이를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정신의학계 일각에서는 게임이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이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케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질병으로 지정해서 특히 게임으로 곤란을 겪는 아동ᆞ청소년에게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게임이 중독의 핵심 기준인 금단 현상과 내성을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게임 과몰입에 대한 종적 연구가 부족하고,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공존 질환과 지나치게 밀접함을 지적한다. 또 게임 중독의 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너무 많은 사람을 환자로 몰고 갈 수 있음도 우려한다. 수험생들 사이에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ADHD 치료제가 유행한다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게임 이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부모 세대가 게임이용장애를 치료한다며 멀쩡한 아이들을 병원으로 내모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조차 갑론을박하는 문제를 여기에서 결론지을 순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설령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된다 해도 이것은 게임 자체가 마약이나 도박처럼 해롭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적ᆞ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건강 수준의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한다. 그들은 게임이용장애의 잠재적 유병률을 0.3~1.0%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찬성 측의 의견을 채택해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게임은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논의는 사실 황망한 수준이다. 게임 그 자체를 위해로 보고 규제를 촉구하는 수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게임뇌와 같은 유사과학적 담론이 그 근거로 횡행하기도 한다. 이런 논의가 실제 셧다운제 같은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으니, 사실 평범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생각해 보면 게임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는 것도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젤다의 전설’과 ‘포탈’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도전적인 퍼즐, ‘스카이림’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가상의 중세 세계, ‘위쳐’가 보여주는 선과 악, 정의의 모호함에 대한 서사시. 이것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너무도 다른 개성들이다. 심지어 ‘스탠리 패러블’ 같은 게임은 상호작용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 드래곤, 암’ 같은 게임은 어떤가. 다섯 살 말기 암환자 조엘 그린을 기리며 그 부모 라이언, 에이미가 만든 이 게임을 통해, 우리는 암이라는 드래곤과 싸웠던 조엘의 이야기를 가상과 현실, 꿈의 흐릿한 경계를 넘나들며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게임은 굉장히 폭넓은 개념이며,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확장되며 경계를 부수는 중이다. 심지어 현실과의 벽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 기술이 코앞에 다가왔고, 온라인 게임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 연구자들의 이목을 잡아끌기도 한다. 게임은 그야말로 우리와 상호 작용하는 모든 것이다. 우리는 너무 거대한 것을 규정하고, 범죄시하고, 낙인찍고 있는 것이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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