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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가 되면서 황혼이혼이 회자되고 있다. 황혼이혼에 대한 법률적 개념 정의는 없지만 통상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을 말할 때 사용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8년에는 전체 이혼 건수 중 황혼이혼 비중이 33.4%로 결혼생활 4년 이하 21.4%를 훨씬 앞질렀다. 매년 혼인ᆞ이혼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사람들은 이혼하는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 황혼이혼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이는 황혼이혼의 기준에 일정 부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의 이혼을 황혼이혼으로 정의하는 것은 통념과 거리가 멀다. 혼인 지속기간 20~30년에 해당하는 연령층은 대략 40, 50대인데 이들을 황혼(黃昏)이라 하기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그룹은 중년이혼 혹은 황혼을 앞둔 이혼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황혼이혼 비중 33.4% 중, 혼인 지속기간 20~29년 부부가 20.9%이고 이를 제외한 30년 이상은 12.5%로 혼인 지속기간 20~29년의 40, 50대 부부가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을 제외하고 혼인 지속기간 30년 이상으로 기준을 바꾸면 황혼이혼 비중은 12.5%로 낮아진다.

기준을 ‘혼인 지속기간 30년 이상’으로 해도 문제가 남는다. 30세에 결혼해서 40년 혼인을 지속하다 이혼하면 황혼이혼이며, 55세에 재혼을 한 사람이 15년을 함께 살다가 70세에 이혼을 하면 황혼이혼이 아니다. 심지어 66세에 재혼을 해서 4년을 함께 살다가 이혼을 하면 신혼이혼에 속하게 된다. 같은 70세의 이혼이라도 황혼이혼, 신혼이혼 등으로 달라진다. 이혼과 재혼이 잦을수록 혼인 지속 기간과 연령의 괴리는 커진다. 우리나라는 이혼과 재혼이 잦지 않기 때문에 당장 괴리는 적지만 재혼시장이 활발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혼인 지속기간 기준은 부적합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50대에 이혼하고 60대에 재혼한 사람을 생각해보자. 50대에는 황혼이혼에 속했지만 이 사람은 60대 현재 재혼한 상태다. 극단적으로 50대의 절반이 이혼하여 60대에 모두 재혼했다고 하면 지금의 황혼이혼 기준으로 사회문제를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 많은 부부가 황혼이혼 상태라고 오판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경우 60대의 재혼 데이터도 감안해야 황혼의 혼인 상태를 바로 알 수 있다. 중년 이혼자가 재혼을 하지 않아 황혼에도 이혼 상태로 남아 있지 않는 한, 현재의 기준은 황혼의 나이에 있는 사람의 혼인 상태를 바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황혼이혼 기준은 혼인 지속기간보다는 연령이 낫다. 연령별 이혼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이혼에서 30대가 25%, 40대 33%, 50대 25%, 그리고 60대 이상이 12%를 차지한다. 통상 황혼이혼을 영어로 ‘은발이혼(grey divorce, silver splitter)’이라 하는데 30~50대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60세 이상으로 황혼이혼을 한정하면 그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총 이혼 건수 중 혼인 지속기간 30년 이상 된 부부의 비중 12.5%와 유사하다. 이처럼 황혼이혼을 60세 이상의 이혼으로 정의하면 ‘황혼’이라는 실버 개념과 ‘혼인 지속기간’ 개념을 포괄할 수 있다.

황혼이혼을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나서 헤어져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것으로 정의하느냐 아니면 60세 이상의 늦은 황혼의 나이에 이혼하는 것으로 정의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혼인 지속기간이 적합하고 후자라면 60세 이상으로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게 맞다. 현재는 황혼이혼의 의미는 황혼의 나이에 이혼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기준은 혼인 지속기간으로 하고 있다. 황혼이혼은 공식 용어라기보다 미디어에서 즐겨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정의와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게 좋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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