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억대 금품과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 수사가 새로운 표적을 찾았다. 2008년 ‘원주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이 공소시효 문제와 피해여성 특정의 어려움으로 미궁에 빠지자 검찰이 2007년 11월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으로 급선회하면서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23일 김 전 차관을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007년 11월13일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함께 피해여성 이모씨와 성관계를 했을 당시 정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검찰은 당일 성관계 사진과 피해자 진술 등을 근거로 윤씨의 오랜 협박으로 이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던 점을 김 전 차관도 인지했는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 이씨가 함께 등장하는 역삼동 오피스텔의 성행위 사진을 핵심 증거로 제출해 윤씨를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또한 이 사건으로 입증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이 여전히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말로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구속된 윤씨 수사가 본격화되면 진술 태도가 변할 수 있다는 보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의 경우 강간치상죄 외에도 사기와 무고 등 8개 혐의가 더 있어 오피스텔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좀 더 협조적인 진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이씨가 윤씨의 성노예에 가까웠다는 점만 확인되면, 사진 등 증거에 피해여성 진술까지 삼박자가 갖춰져 김 전 차관이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더라도 강간치상죄의 공범으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런 사정으로 윤씨는 구속 이후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구속영장에 적시된 강간치상 등 혐의와 관련해 변호사와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이에 검찰은 24일 윤씨를 재차 소환, △총기와 흉기를 통해 이씨를 반복해 협박한 이유 △김 전 차관이 오피스텔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먼저 윤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한 개별 조사에 집중한 뒤 윤씨와 김 전 차관, 피해여성들과의 대질 심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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