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실장, 조윤선·현기환 정무수석 등 6명 검찰 송치
경찰청 1층 전경.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경찰청 정보국에 “좌파단체에 들어가는 보조금을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보경찰을 수족처럼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보경찰은 지방선거 및 총선거, 세월호특조위, 역사 교과서 등 전방위로 수집한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경찰청 정보국에 부당한 지시를 내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정무수석 2명, 사회안전비서관과 치안비서관 3명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이 피의자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병기(72) 전 비서실장과 현기환(60)·조윤선(53) 전 정무수석,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낸 이철성(61)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61)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치안비서관을 지낸 박화진(56) 현 경찰청 외사국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특정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청와대 행정관을 내려 보내 경찰청 정보국에 관련 동향 보고서를 만들어 올리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이들이 정보경찰의 직무 범위에 벗어난 정치나 선거에 관여하는 성격의 정보 또는 좌파 등 특정 성향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이념편향적 성격의 정보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정보경찰에 대한 부당 지시는 이병기 전 청와대 실장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청와대 지시를 경찰청 정보국 과장·계장을 거쳐 전국의 정보경찰에 전달한 뒤 청와대가 요구하는 문건을 만들어냈다. 당시 정보경찰은 총선, 지방선거와 같은 선거 관련 정보, 성완종, 국회법 이슈에 대한 정치 관련 정보, 역사교과서, 진보교육감, 국고보조금, 세월호 특조위와 같은 특정 성향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보고서를 생산했다. 선거 정보에서는 선거 동향과 함께 특정 세력을 당선 또는 낙선시키기 위한 조언도 함께 담았다고 한다. 불법 사찰을 포함해 위법성이 확인된 정보 문건은 약 20여건으로 해당 문건이 생산된 시기는 2014∼2016년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부당한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경찰이나 보고서 작성을 승인한 당시 경찰청장에 대해선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3주 넘게 법리를 검토했지만 부당한 지시를 따른 이를 처벌하기 위한 마땅한 법 조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총수였던 강신명 경찰청장에 대해 참고인 조사도 벌이지 않은 대목을 두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3년 3월11일 박대통령과 신임장관내외 기념촬영.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윤선(왼쪽) 여성부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당시 정보 경찰의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보고 문건이 영포빌딩에서 발견되자 특별수사단을 꾸렸고,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때도 유사한 위법 활동이 벌어진 정황을 포착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병기 전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들이 정보경찰을 통해 선거정보를 수집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외에 공직선거법 적용도 검토했지만 선거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정보경찰. 박구원 기자

경찰과 별개로 검찰도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정치인 등을 불법 사찰하거나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첫 사회안전비서관으로 근무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 15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 전 청장과 박 외사국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현기환 전 수석도 총선 관련한 정보수집 활동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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