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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홍어와 과메기

입력
2019.05.24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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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와 과메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어와 과메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상디언 전라디언 한마디로 미개한 종자들임”, “홍어 & 과메기 둘 다 독립해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글에 쓰인 ‘경상디언’과 ‘과메기’는 경상도 사람들을, ‘전라디언’과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표현이다. ‘경상디언’과 ‘전라디언’은 ‘경상도’, ‘전라도’에 영어 접미사 ‘-ian(이언)’을 붙여 만들었다. ‘홍어’와 ‘과메기’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생선으로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해당 지역민들을 부정적으로 가리키는 데 쓰인다.

한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감자바위’(강원), ‘뻘개’(함경), ‘짠물’(인천), ‘핫바지’(충청) 등의 지역 차별 표현이 많이 쓰였다. 이런 말들은 그것을 만든 기성세대 화자들과 함께 쓰임이 이제 거의 사라졌다. 대신에 젊은 세대들의 ‘신세대’ 지역 차별 표현 ‘경상디언’, ‘전라디언’, ‘고담 대구’, ‘전라 좌빨’ 등은 2000년 이후에 인터넷 공간에서 널리 퍼져 쓰인다. 세대가 바뀌어도 지역 차별 표현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새로운 형식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 차별 표현은 다른 지역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나오지만 특정 정치 세력이 의도적으로 지역 간 대립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과정에서 퍼트린 것도 많다. 실제로 지역 차별 표현은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고,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말의 본뜻을 모르고 재미나 습관으로 이런 말을 쓰는 누리꾼들도 있겠지만 해당 지역의 당사자들에게는 마음의 큰 상처를 주고, 결과적으로 지역 간 갈등이 확산됨으로써 비생산적 정치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 공격적, 적대적 언어로 단단하게 이어진 차별과 증오의 사슬을 끊어 내어야 할 이유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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